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독자경영 첫 해인 올해 힘든 시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운 운임비 상승이라는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에다 주력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올해 강성 노조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앤컴퍼니그룹 주력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창사 뒤 60년 만에 올해 처음으로 민주노총 아래 전국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한국타이어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 노조 소속 조합원은 약 2500명으로 한국노총 계열 전국고무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노조(고무노조) 조합원 수인 2100명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노총 산하 한국타이어 노조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기존 고무노조와 비교해 ‘강성’으로 평가된다.
그런 데다 고무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이던 지난해 벌였던 총파업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올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사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지난해 고무노조에서는 역사상 첫 직선제로 노조위원장이 선출된 데 이어 창사 뒤 59년 만에 첫 총파업을 벌이는 등 조합원들의 임금개선 요구가 거셌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쌓였던 불만이 올해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고무노조는 2021년 11월부터 12월까지 약 20일 동안 총파업을 벌였지만 막판에 노조위원장이 직권으로 2021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맺었다.
이로 인해 실망한 고무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한국타이어 노조로 대거 이동하면서 회사 내 노조 지형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합원들은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회사에 임금을 10.6%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절반 수준인 6% 인상으로 마무리됐다.
조 회장으로서는 독자경영 첫해부터 그룹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노사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경영 불확실성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올해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해운 운임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관계에 따른 생산안정성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실적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타이어 주요 원재료인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카본블랙 등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생산원가의 최대 30%를 차지하고 있는 천연고무 가격은 23일 일본 오사카거래소 선물가격을 기준으로 kg당 232.30엔에 거래되고 있다. 2021년 9월9일 같은 기준으로 185.10엔으로 최저가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개월 만에 25%나 급등했다.
지난해 크게 올랐던 해상운임이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비용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해운업협회에 따르면 14일 2021년 첫째 주 중국 상해~미국 서부를 잇는 컨테이너선운임지수(스팟)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FEU)당 7994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주인 2021년 12월 5번째 주보다 4.1% 상승했다.
중국 상해와 미국 동부를 잇는 컨테이너선운임 지수도 같은 기준으로 1만1833달러를 기록해 2021년 5째 주보다 2.2% 올랐다.
주력기업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배터리, 정밀부품 등 모빌리티 신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조 회장의 청사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파업 가능성을 놓고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파업이 종료됐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후폭풍이 이어진다면 생산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