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스마트 혁신포럼에 앞서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중동에서 적극적으로 국내기업 세일즈 활동에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 방문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해외순방이다. 일정 중 직접적으로 기업 이름을 언급하는 등 기업 지원을 통해 임기 막바지 경제외교 성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현지시각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 국부펀드 총재를 만나 한국기업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등이 동석했다.
아람코는 사우디의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이며 사우디 국부펀드는 세계 9위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국부펀드다.
문 대통령은 알루마이얀 회장에게 아람코의 에쓰오일 투자와 조선소·선박엔진 공장 합작, 사우디 국부펀드의 포스코건설 투자 등을 통해 양국이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이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이 40억 달러를 투자해 국내에 석유화학플랜트를 건설한 프로젝트를 성공적 협력사례라고 평가했다.
알루마이얀 회장도 한국 기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대규모 수소 유통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기대한다며 현대중공업이 참여하는 킹살만 해양산업단지가 수소 에너지 운반 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우디에는 대규모 액화수소 운반선이 필요한데 초저온 기술이 핵심인 운반선 분야에서 한국 조선소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조선업계의 기회를 찾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열린 '한국-사우디 스마트 혁신성장 포럼' 기조연설에서도 한국과 사우디가 수소와 도시건설, 신성장동력 분야 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상의와 사우디상의연합(CSC), 코트라(KOTRA), 사우디 NCPP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포스코·삼성물산이 사우디 국부펀드와 그린수소 협력강화 MOU를 맺었고 두산중공업은 아람코와 주·단조공장 설립 계약을 맺었다.
문 대통령은 사우디에서 마지막 일정으로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 최초 광역 대중교통 사업인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현장을 찾는다. 리야드 도심 전역에 총 168킬로미터에 이르는 지하철 노선 6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문 대통령은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과 관련 보고를 받고 삼성물산 임직원을 직접 격려한다.
문 대통령은 중동 순방 첫 국가였던 아랍에미리트에서도 국내 대기업 홍보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18일 아랍에미리트를 출국하며 SNS에 올린 글에서 "'천궁2'는 소중한 우정의 결실"이라고 LIG넥스원·한화시스템의 수출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16일 아랍에미리트에서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다켰다. 계약 규모는 단일 무기 계약 가운데 역대 가장 큰 규모인 4조 원에 이른다.
문 대통령은 17일에는 두바이전시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22 두바이 한국 우수상품전'을 찾아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 부스를 방문해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대형 올레드(OLED) 제품을 살펴보고 현대기아차 부스에서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를 두고 "혁신이 가능한 기업이다"고 평가했고 현대차를 향해서는 "몇년새 현대차가 눈부신 성장을 했는데 정말 수고가 많다"고 추켜세웠다.
중동 지역에서도 문 대통령이 이번에 방문한 나라들은 대표적 산유국들로서 석유를 넘어 산업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이들 국가는 기존에 주로 건설이나 에너지 쪽에서 협력을 해왔다. 최근 중동은 인공지능, 과학기술, 보건의료, 수소협력, 기후환경 등 부분에서의 변화를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게 좋은 협력기회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기업 이름을 언급하며 협력 확대를 강조하는 것은 중동국가와 미래 협력 기회를 넓히고 이를 위한 발판을 탄탄하게 쌓아 올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임기 마지막 해외순방에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외교와 기업경제 성과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시각도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중동 해외순방을 놓고 '외유성 해외순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않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는 데다 북한이 올해에만 벌써 네번이나 발사체를 쏘아 무력시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방산 산업에서는 (정상회담과 같은) 빅이벤트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게 다반사다"며 "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줄이고 실패한 정부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불순한 시도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국제정세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국익 외교를 깎아내리려는 정치 공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해외순방 국가인 이집트로 떠난다. 한국 정상의 이집트 공식방문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방문은 압델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초청으로 성사됐으며 20일 대통령궁 공식 환영식부터 시작한다.
문 대통령은 이집트에서 열리는 '한국-이집트 미래·그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도 참석해 양국 기업의 전기차, IT, 교통 등 미래·친환경차 산업 협력 강화 방안에 관해 협의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이집트에서는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 수출, 삼성중공업의 이집트 조선소 현대화 사업 등의 성과가 기대된다. 문 대통령도 이들 기업 지원활동에 나설 것으로 에상된다.
문 대통령은 현지시각 21일 오후 이집트에서 출발해 22일 오전 국내 공항에 도착하며 중동 3개국 순방을 마무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