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베이직(기본으로 돌아간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은 이처럼 올해 결제인프라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제로페이 사업을 전담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던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 제로페이 사업이 민간으로 이양되면서 2019년 11월4일 출범했다.
제로페이는 간편결제서비스가 아닌 결제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밴(VAN)사가 가맹점에 신용카드 단말기를 구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차이가 나는 점은 제로페이는 단말기 대신 가맹점에 QR코드를 제공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제로페이는 최대 0.5% 수수료를 받는 등 기존 결제인프라보다 사용 수수료가 대단히 낮다. 연 매출 8억 원 이하 가맹점에는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윤 이사장은 14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백 투 더 베이직이 올해 한결원의 경영기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처가 제로페이에서 '신한 컨소시엄(신한카드, 신한은행, 카카오페이, 티머니)'으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판매대행 변경으로 제로페이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윤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 이사장은 오히려 제로페이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제로페이에 '페이'라는 단어가 붙으며 제로페이가 간편결제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 간편결제인프라라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제로페이는 결제서비스가 아닌 결제인프라다"며 "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이 사용하는 고속도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의 비유를 빌리면 제로페이는 여러 가맹점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고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사업자 등은 톨게이트 역할을 해 고객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제로페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가맹점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결원은 사업 초 가맹점 확보를 위해 서울사랑상품권을 직접 발행하는 등 사용처를 늘리는 방식을 임시로 사용했지만 이제 가맹점 수 확보는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상품권 판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제로페이 가맹점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40만 개로 집계됐다. 2021년에만 70만 개가 늘어난 수치다.
윤 이사장은 올해 가맹점 수를 200만 개 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더해 가맹점 수가 안정적으로 늘며 고속도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만큼 톨게이트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제로페이는 직불결제, 선불결제, 온라인결제, 해외결제, 후불결제, 법인결제 등으로 결제인프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음은 윤 이사장과 일문일답이다.
-올해 제로페이 사업에서 가장 집중할 분야는?
"제로페이는 가맹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70만 개 정도가 늘어 140만 개까지 가맹점이 늘었다.
올해는 가맹점 200만 개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다."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이 신한 컨소시움으로 넘어갔다. 가맹점 확보에 영향 없나?
"서울 지역 가맹점은 이미 대부분 확보해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서 가맹점이 부족하다는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을 하지 않는다고 가맹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제로페이 사용량이 조금 줄어들 수 있어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 제로페이를 통해 2조 원 정도 결제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게 목표다. 누계 기준으로는 5조 원 정도 된다."
-지난해 제로페이 2.0을 선보였다. 3.0 계획은?
"원래 제로페이 2.0의 1차 목표가 가맹점 100만 개 확보였다.
제로페이 1.0에서는 가맹점 유치하려는 데 누가 쓰냐고 묻고, 제로페이 사용처 유치하려는데 쓸 가맹점이 없다고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 통해 가맹점 확보에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현재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 오히려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이 종료되면서 본연의 제로페이로 '백 투더 베이직'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제로페이는 이해하기 쉽게 신용카드 단말기의 차세대 버젼이라고 보면 된다.
QR방식을 활용한 디지털 단말기로 휴대폰 앱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게 돕는다.
이제 제로페이 3.0에서는 QR단말기에 결제서비스를 붙이기만 하면 된다. 직불결제, 선불결제, 후불결제, 해외결제, 법인결제, 온라인결제 등 제로페이 QR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은 다양하다.
결제 외에도 테이블오더 같은 비결제서비스도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로페이 온라인결제 확대 계획은?
온라인에서도 제로페이 결제인프라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다.
당연히 결제서비스는 기존에 있는 것들을 사용하면 된다. 예를들면 각 개인이 사용하는 결제앱을 통해 결제를 진행할 떄 QR방식의 제로페이결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제로페이가 집중하려는 온라인결제 시장은 전통시장이나 농수산물 관련 업체다. 간편결제 서비스업체들 입장에서도 새로운 결제 가맹점이 생기는 만큼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농수산물, 전통시장 등으로 온라인 결제인프라를 연결해서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겠다."
-해외 제로페이 확대 계획은?
"사실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있지 않아서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도 중국의 위쳇페이와는 연결돼 있다. 이 밖에도 각 국의 1,2위 페이업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로페이 가맹점이 늘어난 만큼 해외결제사업자들도 연결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외간편결제사들도 그 나라 고객들이 해외여행을 와서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본인들 서비스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해외 제로페이와 연결만 되면 해외 여행객들이 제로페이와 연결된 가맹점에서 구매할 때 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에 육군본부와 밀리패스 선보였는데 앞으로 법인제로페이 확대 계획은?
육군본부는 제로페이를 육군 장병 데이터와 결합한 밀리패스를 선보였다. 밀래패스는 모바일 신분증, 휴가증, 복무 확인서 등 다양한 인증서를 한 곳에 모은 앱으로 제로페이와 결합해 결제까지 연결할 수 있다.
"밀리패스는 육군본부가 만든 인증서비스에 제로페이 결제인프라를 붙인 방식이다.
올해는 보건복지부 등으로 법인제로페이를 확대하겠다. 특히 정부가 제로페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정책성 자금을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로페이를 활용하면 꼭 필요한 부분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취업보조금을 제로페이로 지급하면 취업과 관련되지 않은 곳에 보조금이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제로페이 설립 취지인 소상공인 지원은?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결원은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비용을 넘어가는 수익이 늘어나면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더 줄여줄 수 있다.
제로페이 결제액이 5조 원을 넘어서면 무료 수수료도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한 해 결제액은 약 1천 조 원에 이른다. 그중에 5조 원만 제로페이에서 이뤄져도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비용은 어느정도 충당할 수 있다."
윤완수 한결원 이사장은 사업성이 없다는 시선이 많았던 제로페이 사업을 맡아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사례를 보면 결제인프라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후 적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내는 구조의 사업이다.
이 사업을 영리를 목적으로 한 민간기업이 독점하게 되면 결국 수수료 부담은 고스란히 소상공인 등 가맹점에게 부과될 수 밖에 없다.
윤 이사장이 비영리 단체를 어렵게 이끌면서도 제로페이 사업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윤 이사장은 동남은행과 주택은행을 거쳐 핀테크기업 웹케시에서 근무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웹케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윤 이사장은 2019년 7월 제로페이 민간 이양을 위한 운영법인(SPC)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2019년 9월부터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