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시장에서 올레드 제품은 아직 보급률이 높지 않은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새로 형성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3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5~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2022’에서 세계 최대인 17인치 크기의 폴더블 노트북용 올레드패널을 소개한다.
이 제품은 토털 터치솔루션을 탑재하고 있어 손가락 터치와 스타일러스펜 터치 모두 사용 가능하다. 태블릿, 노트북, 휴대용모니터 등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의 폴더블 노트북용 올레드패널은 2019년 5월 처음 기술이 소개됐는데 당시 레노버가 폴더블 노트북 시제품에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활용했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노트북용 올레드패널시장에서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최대 고객사 LG전자에게 올레드 노트북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노트북용 패널시장의 주류 제품인 LCD(액정표시장치)패널과 비교해 올레드패널의 강점으로는 백라이트 기판을 필요로 하지 않아 노트북 경량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꼽힌다.
다만 LG전자는 노트북사업의 간판 제품 ‘LG그램’에서 LCD패널을 활용하면서도 경량화에 성공했다. LG전자가 노트북에서 LCD패널을 고수해온 만큼 LG디스플레이가 노트북용 올레드패널에 크게 공들일 이유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이번 CES에서 노트북용 올레드패널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은 앞으로 LG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노트북 제조사들의 올레드패널 수요에도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비교해 삼성디스플레이는 노트북시장에서 올레드 제품의 확산을 위해 공을 들였다.
최대 고객사 삼성전자가 ‘갤럭시북프로’와 ‘갤럭시북프로360’ 등 갤럭시 노트북 라인업의 플래그십 시리즈에 올레드패널을 채택하는 등 노트북용 올레드패널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드 노트북 분야에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노트북 제조사들과도 손을 잡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9월부터 주사율 90Hz의 노트북용 올레드패널 양산을 시작했는데 이 제품은 에이수스의 ‘젠북’과 ‘비보북 프로’ 등 최신 노트북 시리즈에 채택됐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전부터 레노버, 델, HP(휴렛패커드) 등 다른 회사들과도 올레드 노트북의 출시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까지 노트북용 올레드패널시장에 참전하면서 올레드 노트북의 보급률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레드패널은 LCD패널과 비교해 가벼울 뿐만 아니라 화면의 응답속도도 빠르다. 이는 비교적 낮은 주사율로도 자연스러운 화질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이어진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자체 실험에서는 90Hz 주사율의 올레드패널에서 120Hz 주사율의 LCD패널보다 이미지 끌림현상(Blur Length, 화면이 고속으로 움직일 때 잔상이 남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10% 적게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 노트북은 업무에 쓰이는 휴대용 IT기기로 여겨져 왔다. 높은 화질보다는 가벼운 무게와 중앙처리장치(CPU) 등 탑재 반도체의 성능이 더 부각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는 화상회의나 원격수업, 게이밍 등 분야의 수요가 부각되면서 높은 화질도 무게나 반도체 성능 못지않게 요구되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노트북 제조사들은 최신 제품에 올레드패널 탑재 비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이날 에이수스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고성능 노트북 5종을 공식 출시했는데 모두 올레드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델과 HP는 이미 2020년에 올레드패널을 채택한 노트북을 내놓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 삼성디스플레이의 90Hz 올레드패널이 탑재된 에이수스 젠북. <삼성디스플레이>
이처럼 노트북시장에서 올레드패널의 채택 확대 비율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디스플레이도 노트북용 올레드패널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레드 노트북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노트북시장에서 올레드 제품의 비중은 2%(558만 대)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비교적 앞서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많이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고 LG디스플레이가 크게 늦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히려 두 패널회사가 노트북용 패널시장에서 올레드패널을 앞세워 시장 선점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에 힘을 더할수록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중소형 패널시장에서 BOE, CSOT, 비전옥스, 티앤마 등 중국 패널회사의 추격을 뿌리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패널회사들이 LCD에 이어 올레드패널시장에도 진출을 시도하면서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올레드패널시장에서 적게마나 패널 공급이 시작되고 있다”며 “노트북시장에서도 올레드 대세화가 이뤄진다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패널시장을 주도하면서 중국 패널회사들과의 기술 격차가 재확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