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Who]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망 이용료 다툼 쟁점, OCA 뭐길래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12-29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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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의 망 이용료를 둘러싼 분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살펴보려하면 이해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서로 펼치고 있다는 점은 어렵지 않지만 각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깊숙이 알아보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과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각자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에는 여러 가지 쟁점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쟁점인 OCA(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넷플릭스의 주장은 OCA(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로 시작해서 OCA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OCA를 SK브로드밴드에 무상으로 제공한다면 망 이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OCA란 무엇일까?

OCA는 넷플릭스가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CDN(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다. 일종의 캐시서버인데, 특정 지역에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제공될 때 그 콘텐츠를 미국의 넷플릭스 본사에서 바로 내려받는 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위치해있는 OCA 가운데 가장 가까운 OCA에서 내려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쉽게 설명하면 콘텐츠가 일종의 화물이라고 봤을 때 OCA는 일종의 거점 물류창고같은 존재라고 비유할 수 있다. 

한국의 소비자가 미국에서 어떤 물건을 직구할 때는 배송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미국에서 미리 한국에 있는 거점 물류창고에 상품을 쌓아놓은 뒤 미국이 아니라 그 거점물류창고에서 배송하게 된다면 미국에서 바로 보낼 때보다 훨씬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는 물건을 판매하는 미국의 회사, OCA는 한국에 위치한 거점 물류창고,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상품은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넷플릭스의 주장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OCA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면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미국에서 한국까지 전송하는 트래픽이 절감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망 사용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OCA는 각 OCA에서 실제 소비자의 눈앞으로 콘텐츠가 배송되는 데에는 아무런 이득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 바로 이것이다. OCA가 물론 국제망 트래픽을 줄이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콘텐츠를 OCA에서 소비자한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전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그 때 사용되는 국내망 비용을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비유하자면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태도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인형을 파는 업체가 “우리가 한국에서 팔 우리 인형(콘텐츠)을 직접 비용을 부담해서 한국에 들여다 놓으면, 한국에서 그 인형이 배송되는 데 필요한 택배비(망 사용료)는 택배회사(SK브로드밴드)에 내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OCA는 넷플릭스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한국까지 콘텐츠를 보내는 비용을 넷플릭스가 부담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쟁점은 미국에서 한국까지 콘텐츠를 보내는 데 필요한 비용은 원래 어디에 귀속돼야 하는가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 비용은 원래 SK브로드밴드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공업체고 넷플릭스의 원래 할 일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망 위에 올려놓는 것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넷플릭스 쪽에서 본다면 OCA 설치는 SK브로드밴드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일종의 상품이라고 본다면, 당연히 상품을 소비자의 앞까지 전달하는 데 드는 비용은 넷플릭스가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넷플릭스가 OCA를 무상으로 설치하는 일은 SK브로드밴드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이 아니라 당연히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치르는 일에 불과하게 된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OCA 무상설치는 SK브로드밴드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 분쟁은 2심 법원으로 무대를 바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과연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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