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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카드3사 수장 중에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그동안 근소한 실적 차이를 보이며 2등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엎치락뒤치락 싸워 왔다. 이런 가운데 요즘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한 마디가 삼성카드의 1분기 실적보다 더 주목을 받는다. 정 사장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과 설전을 벌인 끝에 “품격 높은 2등이라면 언제까지나 2등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그런데 정작 올해 1분기에 2등 자리를 꿰찬 원 사장은 말이 없다. 특히 현대카드와 신한카드가 최근 문화마케팅을 무기로 앞세우는 데 비해 삼성카드는 너무도 조용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 삼성카드는 문화마케팅으로 뭘하고 있나
삼성카드는 1분기 실적에서 현대카드를 크게 따돌려 2위에 올랐다. 현대카드의 1분기 신용판매 이용금액은 17조4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줄었다. 이에 비해 삼성카드는 지난해보다 6.9% 늘어나 19조836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원 사장은 방심할 수 없다. 현대카드 이용실적이 줄었던 이유가 몸집 불리기를 자제하고 카드상품 전략을 우량고객 위주로 바꿔 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업계에서 현대카드의 정 사장이 1분기에 문화마케팅 수준을 높여 오히려 내실을 다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카드3사 중 올해를 가장 무난하게 보내고 있다. 신한카드처럼 단말기 포스 개인정보유출 사고에 연루되지 않았고 삼성카드와 같이 삼성SDI 화재 재해도 없었다. 정 사장은 이런 틈을 타서 폴 매카트니 콘서트 개최를 추진하는 등 문화마케팅 투자규모를 키웠다.
원 사장은 경영스타일이 수비형보다 돌격대장에 가깝다고 전해진다. 이런 원 사장도 현대카드가 공격적으로 문화마케팅을 펼치며 우량고객을 끌어 모으는 것을 두고 볼 수 만 없는 입장이다.
삼성카드의 대표적 문화마케팅은 ‘삼성카드 셀렉트 공연’이다. 삼성카드 고객이 공연을 볼 때 꼭 필요한 혜택을 제공해 문화공연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카드는 2011년부터 이런 문화공연과 할인혜택을 홍보하고 있다.
가령 삼성카드 셀렉트 21번째 공연인 ‘뮤지컬 태양왕’을 고객이 예매할 때 1+1 혜택을 통해 동반자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혜택보다 가장 실용적 혜택을 몰아서 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카드 셀렉트는 보여주기식 문화마케팅이 아니라 실용이라는 삼성카드의 브랜드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앞으로 지방관객들을 위해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삼성카드 셀렉트를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최근 온라인 호텔예약업체인 부킹닷컴과 할인제휴를 맺고 20대 젊은이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영랩(Young Lab)’도 내놓았다. 하지만 ‘현대카드=슈퍼콘서트’ ‘신한카드=아름인 사회공헌활동’과 같이 확실한 정체성을 굳히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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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카드 셀렉트 공연 광고 |
◆ 취임한 지 반년 지난 원 사장의 고민
원 사장은 지난 4월 경쟁사들의 장점을 배워서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혁신을 이루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원 사장은 “신한카드는 점유율 측면에서 1위이며 브랜드 역량은 현대카드가 강한데 이 점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임 후 반 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 삼성카드 문화마케팅에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난 4월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나 결제시스템이 중단되는 악재가 겹쳤다. 원 사장이 ‘배움의 혁신’을 강조한 지 20일만이다.
원 사장은 시스템 복구가 늦어지면서 당시 가뜩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해진 고객들의 신뢰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 삼성카드가 올해 초 삼성SDS와 서비스 계약을 갱신했기 때문에 원 사장이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수도 없게 됐다.
원 사장은 영업이나 마케팅은 둘째치고 먼저 고객들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삼성카드 고객 모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추락한 고객신뢰를 되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원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 넘게 삼성전자 인사를 맡은 ‘인사통’이었다. 이 때문에 애초 원 사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카드 사장으로 선임되자 우려의 눈길이 쏠렸다.
원 사장은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삼성전자는 제품을, 카드는 금융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하지만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크게 다른 것이 없다”며 “삼성전자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