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삼성전자에서 축적한 기술개발 역량으로 삼성전기의 기술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3대 사업부에서 모두 기술 중심의 포트폴리오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전자 반도체 개발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장 대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8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내년 컴포넌트사업부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사업에서 전장(차량용 전자장비)용 제품의 비중을 올해보다 2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9월 중국 톈진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신공장이 양산가동을 시작하면서 생산능력은 확보됐다. 다음 과제는 생산기술의 고도화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는 차량 내부 전자장비의 탑재 밀도를 높이기 위해 크기가 작을수록, 고성능 전자장비들의 높은 전력 사용량을 견디기 위해 전력용량이 클수록 좋다.
그만큼 기존 IT기기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비교해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장 사장은 내년 삼성전기의 나머지 2개 사업부인 기판사업부와 모듈사업부에서도 기술력과 관련한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의 일종인 서버용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기판의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고객사들과 협의를 거쳐 1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기판은 최근 PC와 서버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고부가 반도체기판이다.
특히 서버용 제품은 PC용보다도 높은 기술력을 요구해 고부가를 넘어선 ‘초고부가’ 제품으로 여겨진다.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삼성전기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10곳 정도의 선진 기판회사들만이 서버용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전자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이에 앞서 11월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일본 미쓰비시케미칼홀딩스, 미국 돌비 등과 함께 미국 증강현실(AR)회사 디지렌즈에 지분투자를 실시했다.
삼성전기 모듈사업부가 디지렌즈의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에 탑재될 신제품 ‘웨이브가이드모듈’의 개발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빛이 렌즈를 통과하는 길에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웨이브가이드 기술을 구현하도록 해준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웨이브가이드모듈 개발에 성공한다면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는 중장기적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고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기기로 발전할 것이다”며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술이 웨이브가이드 기술인만큼 삼성전기의 중장기 수혜가 기대된다”고 봤다.
장 사장은 이처럼 삼성전기의 모든 사업부가 기술적 혁신을 요구받는 시점에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장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개발업무만을 수행했을 뿐 부품사업과는 인연이 없었다. 때문에 장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면 삼성전기는 2011~2015년 대표이사를 지냈던
최치준 전 사장을 제외한 모든 대표이사가 삼성전자에서 제품 개발을 담당했던 경력의 소유자였다.
당장 장 사장의 전임자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반도체 개발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경 사장은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의 임기 2년차인 올해 삼성전기는 연결기준 매출 9조9359억 원, 영업이익 1조5142억 원을 거둬 실적 신기록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의 경영에는 부품분야 전문성보다 제품 개발로 다져진 ‘기술 DNA’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이 그동안의 역사로 입증돼 온 셈이다.
장 사장은 1964년 태어나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이어 서울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와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2009년 삼성전자에서 메모리사업부 콘트롤러개발팀장에 오른 뒤 메모리사업부에서 플래시(플래시메모리)개발실 담당임원,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LSI(고밀도집적회로)개발실장, SoC(시스템온칩)개발실장, 부품플랫폼사업팀장, 센서사업팀장 등으로 일했다.
장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개발업무를 맡아 기술역량을 다졌다. 삼성전기에 필요한 기술 DNA의 소유자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장 사장은 다양한 제품의 기술 리더십을 갖췄다”며 “삼성전기가 경쟁사들을 뛰어넘어 글로벌 최고 부품회사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