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과 관련해 실수요자 지원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총량규제의 강도를 높이자 시중은행이 정책금융의 취급을 사실상 거부하는 바람에 내 집 마련을 위한 정책금융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정책에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제 금융까지 막혀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은 정부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여론을 고려한 듯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내년에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이어가겠지만 포용금융은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를 위협할 최대 잠재위험 요인인 가계부채의 선제적 관리를 위해 내년에도 일관된 관리기조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 과정에서 서민, 실수요자의 자금조달 애로가 최소화되도록 섬세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특히 정책금융과 관련해서 “내년도 가계부채 총량관리에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라며 “사실상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으로서는 이런 금융위의 정책방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의 영향으로 주택금융공사의 대표적 정책금융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올해 공급이 11월 초에 조기 마감되는 등 정책금융 공급기관으로서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정책금융의 공급목표를 37조 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 9월까지 26조1897억 원을 공급하는 데 그치면서 연말까지 정책금융 공급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3조4천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가계대출 총량규제의 영향으로 매달 공급량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정책공급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보금자리론 공급이 11월 초부터 중단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정책금융 공급량은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앞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더라도 최 사장이 내년에 공급량을 확대하기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보증배수(자본 대비 지급보증잔액 비율)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금융공사법에 따라 지급보증배수 50배까지 정책금융의 공급이 가능하지만 통상적으로 39.4~40.7배의 내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올해 37조 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면 지급보증배수는 41.2배가 되고 33조 원을 공급하더라도 지급보증배수는 40배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최 사장은 정책금융 차주의 조기상환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70% 낮추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정책금융 공급대상의 감소도 최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6억 원 이하가 대상이다. 6억 이상 주택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정책금융 조건의 조정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최 사장은 10월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정책금융의 요건이 정해진 이후 주택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는데 요건을 완화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하자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의 요건 완화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