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사장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가 헤드쿼터체제의 전환과 함께 역할이 더욱 무거워졌다.
이 사장은 식품 계열사들이 식자재 수급과 생산에 드는 비용부담을 크게 느끼는 상황에서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원재료 공동구매 등 HQ(헤드쿼터)체제 도입 취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사장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 |
3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영구 사장이 식품군 총괄대표를 맡은 것은 식품계열사 전반의 시너지 강화와 롯데제과 성장동력 발굴의 역할이 주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그룹의 주요 4개 사업군 가운데 2개 사업군의 총괄대표를 교체했지만
이영구 사장은 자리를 유지하도록 했으며 롯데제과 대표이사도 겸임하도록 했다.
이 사장이 신 회장의 재신임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들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1~3분기 매출 1조9065억 원, 영업이익 1633억 원을 올렸다. 1년 전보다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73.9% 증가했다.
롯데푸드도 해마다 적자를 거듭하던 축육사업부문을 정리하고 가정간편식(HMR)사업을 강화한 덕분에 실적을 개선했다.
롯데푸드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1~3분기에 매출 1조3580억 원, 영업이익 47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6.0% 늘었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비상장사 롯데지알에스는 올해 상반기 순손실 31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적자가 지속됐지만 지난해 순손실 172억 원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상당히 줄었다.
롯데제과 역시 올해 연결기준으로 누적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1~3분기보다 각각 2.7%, 4.4%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이영구 총괄대표의 역할은 롯데그룹 계열사 시너지를 강화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이 BU(비즈니스 유닛)체제를 없애고 HQ(헤드쿼터)체제를 도입한 것은 BU체제에서는 주요 사업군에 소속된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내는 데 일정 부분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주요 4개 사업군에 HQ체제를 도입하면서 각 총괄대표가 계열사의 인사와 재무 등 경영의 핵심기능을 일부 보강받아 사업군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힘을 실었다.
이 사장은 우선 롯데제과 대표이사로서 오리온과 격차를 좁히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제과는 오리온과 매출 규모에서 순위경쟁을 해왔다.
롯데제과는 제과업계에서 2015~2018년 4년 동안 매출 1위를 차지하던 오리온을 제치고 2019년에 매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020년 바로 매출 1위를 내어줬고 올해도 1위 탈환은 힘들어보인다.
더욱 뼈아픈 것은 수익성에서 더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3분기 기준으로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18.3%지만 롯데제과 영업이익률은 6.4%에 그친다.
롯데제과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채널과 자체 쇼핑몰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영업 전문가로 인정받아온 이 사장의 영업수완이 발휘될 지점들이 많다.
식품군 전체 계열사의 시너지를 확보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 롯데제과가 올해 실적에서 선방하긴 했지만 비용절감의 결과라는 점에서 근본적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식품업계에서 꾸준히 나왔다.
최근 식품업계의 상황을 봤을 때 식품 계열사의 원재료 공동구매 등에 주력해 계열사들이 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식품기업에서 원재료 가격은 통상 전체 가격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데 최근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부담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지구온난화 위기 등 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여러 계열사들을 한 데 묶어 각종 식재료를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해 성과를 낸다면 실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게 된다.
계열사 협력을 통한 공동 마케팅이나 해외사업 확대도 검토할 수 있다. 식품업계가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식품군 소속 계열사의 해외 진출에 발을 맞추면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 사장이 식품군 총괄대표로 성과를 낸다면 롯데그룹에서 식품군의 존재감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기준으로 롯데그룹 전체 매출에서 식품군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3%다. 유통군 39%, 화학과 건설군 34%, 관광서비스군 14% 등의 뒤를 이어 비중이 가장 낮다.
이 사장이 롯데제과의 현금창출능력을 강화하고 계열사 시너지를 내는 데까지 성공한다면 롯데그룹에서 식품군이 차지하는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