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이 대신증권의 자회사 대신F&I를 놓고 부동산개발 등 대체투자사업에 힘을 더 주도록 할까?
대신F&I는 본업인 부실채권(NPL) 투자관리사업의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회장은 부동산금융을 그룹의 강점으로 키우고 있는 데 대신F&I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부실채권 투자관리사업의 시장규모는 2015년 말 30조 원 수준에서 2021년 상반기 12조2천억 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는데 향후 전망도 밝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실채권 투자관리사업이란 자금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부실채권을 기업들로부터 저렴하게 매입한 뒤 자금회수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말한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부채상환부담 완화와 은행들의 적극적 부실채권 관리, 기업여신의 부실채권화 감소 등에 영향을 받아 부실채권사업의 시장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국내은행 부실채권비율은 0.54%에 그쳤다. 2018년 1분기 1.1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신규 경쟁자들의 부실채권사업 진출로 업계 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부실채권 가격이 높아지며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시장 내 경쟁이 심해지면서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서는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금액을 써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신F&I는 2021년 3분기 순이익 428억 원가량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80억 원에서 대폭 늘었다.
3분기 영업수익 2176억 원가량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1억 원가량 증가했는데 본업인 부실채권사업에서는 96억 원 정도 늘어난 데 그쳤다. 증가폭의 대부분은 부동산사업이 기여했다.
대신F&I는 모회사 대신증권의 2021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에서 약 74%의 영업이익 기여도를 보였다.
대신증권은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 5794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9.2% 증가했다. 자회사 대신F&I의 순이익이 4306억 원에 이른다. 나인원한남사업이 상반기에 대부분 반영된 데 힘입었다.
반면 대신F&I는 부실채권사업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2020년 2위에서 2021년 상반기 4위로 떨어졌다.
업계 1, 2위 최상위권 경쟁사인 유암코, 하나F&I는 부실채권사업을 단일 업종으로 삼고 있어 시장 축소와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개인회생채권, 개별담보부 부실채권 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 적극적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이어룡 회장은 대신F&I를 그룹의 부동산금융 강화 전략의 한 축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회장은 2014년 웃돈까지 크게 주면서 대신F&I를 자회사로 적극적으로 편입했는데 단순 부실채권사업회사 이상의 가치를 바라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 회장은 2014년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우리F&I를 인수해 대신F&I를 출범시켰다. 우리F&I를 인수할 당시 우리F&I의 순자산가치 2800억 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40% 넘게 더해 4천억 원가량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했는데 인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신F&I는 부동산개발사업을 발굴하면 대신증권이 자금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선하고 대신자산신탁이 신탁관리 역할을 해 뒤를 받쳐주는 상호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대신F&I는 최근 나인원한남사업 때도 9천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을 했는데 대신증권이 NH투자증권과 함께 프로젝트 파이낸싱 주선을 담당했다.
이 회장은 대신금융그룹을 부동산금융에 강점을 지닌 그룹으로 만들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대신자산신탁을 2019년 출범시키고 전통적으로 리테일이 강한 대신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확대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대신금융그룹 관계자는 “대신F&I는 아직 구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신사업 계획은 없지만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