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전기자동차 내장재에 쓰이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백 대표는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성장 전망이 큰 전기차 관련 시장에 뛰어들 투자체력도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전체로는 기존 기록을 크게 웃도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2조5천억 원 안팎을 거두지만 분기별로 보면 영업이익이 점차 하락추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력 합성고무 제품들의 공급이 안정화하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 가운데 NB라텍스 가격은 7월 톤당 2100달러를 고점으로 10월 1500달러 안팎까지 하락했다. 이는 9월(약 1800달러)보다도 20% 떨어진 수준이다.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BR) 가격도 8월 톤당 2100달러에서 10월 2천 달러 아래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조3662억 원을 내며 2011년 거뒀던 최대 영업이익 8422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의 주력인 NB라텍스 등의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제품들의 원재료인 부타디엔(BD) 가격도 함께 떨어지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합성고무 제품 자체의 계속된 가격 하락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석유화학시황에 따른 변동폭을 줄이고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합성수지부문에서 신사업으로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자동차, 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소재로 금속보다 가벼우면서도 강도와 내열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중량이 많이 나간다. 이 때문에 내장재 경량화를 통해 차량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 금속의 대체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폴리스티렌(PS)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를 기반으로 하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경쟁력을 갖춘 관련 기업과 전략적 제휴뿐 아니라 관련 기업을 직접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4년까지 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고객사로부터 15건 이상의 납품자격을 따내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전기차시장은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를 타고 가파르게 커지고 있어 엔지니어링플라스틱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여진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전기차용 엔지니어링플라스틱시장 규모는 올해 500만 달러로 아직 미미하지만 매년 평균 36%씩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현재 엔지니어링플라스틱 물성 개선 등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전기차 내장재를 포함해 워낙 넓은 분야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여러 사업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종훈 대표는 올해 4월
박찬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 각자대표이사에 오른 뒤 6월 박 회장이 물러나면서 단독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올해 석유화학시황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임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된 만큼 백 대표로서는 신사업을 통해 새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백 대표는 올해 거둔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투자체력을 갖춰가고 있는 점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올해에만 1조 원 수준의 순현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재무상태 역시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부채비율은 2009년 말 한때 660%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말 60%까지 줄였는데 올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50% 미만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자산에서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유동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14%를 보였는데 올해 말부터는 순현금 기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유석유화학은 올해 좋은 실적을 내며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만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