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경기도 안산시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이 노려온 대어급 도시정비사업들의 시공사 선정이 2022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윤 사장이 추가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SK에코플랜트도 박경일 사장체제가 들어선 뒤 첫 단독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 |
25일 도시정비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 조합은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를 놓고 12월에 시공사를 선정한다.
앞서 10월9일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5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11월18일 열린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사업 시공사 입찰에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최종 참여했다.
이 사업은 지하 3층~지상 35층 규모 아파트 13개 동 1145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것으로 사업비나 공사비 윤곽은 11월 말 열리는 대의원회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이번 사업을 두고 ‘힐스테이트 라치엘로’를, SK에코플랜트는 ‘SK리더스뷰’를 제안했다.
객관적 전력을 놓고 보면 현대건설이 우세하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건설은 2021년 시공능력평가 2위로 10위인 SK에코플랜트보다 높고 아파트 브랜드 가치도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의 반격도 만만찮다.
사업조건 비교표를 놓고 보면 대안설계, 외산자재 적용, 조합원 특별제공품목 등 사안에서 SK에코플랜트가 현대건설보다 더욱 유리한 조건을 조합원에게 제시했다는 말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의미 있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이뤄 1월31일 수주한 경기 의정부 장암5구역 재개발사업(2224억 원) 정도다.
올해 10월 취임한 박경일 사장체제에서 환경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뒤 도시정비사업에 다소 집중하지 못했지만 미래전략사업인 환경사업을 자신감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기존 주택사업에서 든든한 실적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두 건설사에서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사업을 놓고 수주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논란도 많아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경쟁사에 관한 악의적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사업지에 대량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SK에코플랜트는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추가 이주비 지원’을 두고 위법한 내용이라는 논란이 나왔다.
SK에코플랜트에서 조합원들에게 사업촉진비 명목으로 1500억 원을 고정금리 2.3%에 대여하겠다는 것인데 재건축은 재개발과 달리 시공사가 조합에 추가 이주비를 빌려주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현대건설의 유인물 배포와 관련해 안산 단원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도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입찰 참가자격이 박탈되고 입찰보증금(130억 원)까지 몰수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이런 의혹과 논란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만큼 고잔3구역 재건축 수주가 두 회사에게 모두 절실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윤영준 사장은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 사업 규모가 1천 세대가 넘는 만큼 이번 수주를 통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순위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도시정비 신규수주 3조4009억 원을 거둬 대우건설(3조7774억 원), 포스코건설(3조6916억 원), GS건설(3조5420억 원)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이 노리는 서울 흑석9구역(공사비 4490억 원) 및 대전 장대B구역(공사비 8천억 원) 재개발사업이 조합의 사정에 따라 일정이 밀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윤 사장으로서는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사업 수주가 꼭 필요해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고잔연립3구역 조합원이 만족할 수 있는 사업제안을 통해 수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환경기업들을 인수해 왔다.
플랜트사업부문도 물적분할해 지분매각으로 4500억 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하지만 모두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사업을 하는 삼강엠엔티 지분 확보에 쓰기로 하는 등 환경기업으로 변신에 힘쓰고 있다.
다만 주택사업부문은 쥐고 있는데 이는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을 추진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환경사업 투자를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사장이 고잔연립3구역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입찰 전후로 논란이 있었지만 공정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수주를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