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전국 도시의 스마트화를 내걸고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지원계획 등을 구체화하면서 건설사들도 디지털기술분야 투자와 합종연횡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시스템 등 스마트서비스 구축과 운영에 관한 전문성을 갖춰야 사업 참여기회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이 최근 IT기업들과 전략적 제휴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합작회사 설립 등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고려한 행보로 읽힌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세종 5-1 생활권 프로젝트 등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시범사업 등에서도 민간부문사업 대표사 자격을 스마트서비스부분의 전문성을 보유한 사업자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건설사들은 스마트시티사업 주도권을 IT기업, 금융기업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권 사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요 미래 먹거리로 스마트시티사업을 점찍은 만큼 전통적 시공부분만 담당하는 ‘조연’ 역할에 머물지 않고 주요 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권 사장은 현재 네이버와 다양한 방식의 협업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네이버와 클라우드분야 합작회사를 세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마트시티는 주거, 교통, 환경, 에너지 등 도시 인프라와 생활영역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도시형태를 말한다.
첨단기술이 대규모로 도입되는 만큼 클라우드 등 관련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네이버는 계열사를 통해 스마트시티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5G특화망 주파수 신청에 나서는가 하면 5G 바탕의 로봇서비스사업을 건설, 교통, 병원, 오피스 등 분야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네이버와 손을 잡게 되면 다방면에서 스마트시티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2020년 6월 NHN과도 스마트시티 플랫폼센터 공동구축 및 시범단지 조성을 위한 전략적 협업을 맺었다.
이 사업은 아직 본격적 시작단계에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국토교통부가 23일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대상을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만큼 추진 속도가 빨리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NHN은 최근 2022년 클라우드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광주광역시, 경남 김해시, 전남 순천시 등 지역 거점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스마트시티에 필요한 인프라 영역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 사장은 이미 NHN과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NHN과 스마트시티사업 수주 등에서 컨소시엄 형태의 협업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시티 추진 실태와 건설산업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산업들이 상호연계돼 총합을 구성하는 종합상품으로 현재 단계에서는 건설이 핵심주체가 아니지만 공간서비스의 스마트화라는 궁극적 목적을 고려하면 앞으로 건설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가 스마트시티 영역에서 다른 산업과 융합, 연계를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정부는 2020년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10조 원 규모의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가 11월 스마트시티 조성 관련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사업진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전국 도시의 스마트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2년부터 해마다 도시 4곳을 선정해 지역 거점 스마트도시 조성사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11월 초 대도시를 대상으로 지역 거점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공모를 진행했고 23일에는 2025년까지 2560억 원을 투자해 중·소도시 64곳을 스마트시티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권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할 때"라며 "스마트시티 구현, 에너지부문 등에 지속적 관심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서울 광운대역세권 복합단지개발사업 등에도 스마트시티시스템과 관련 기술들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등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스마트기술들을 접목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아직 홈사물인터넷부문이 중심이지만 여기에서 나아가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논의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