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LA오토쇼’를 통해 미국 대형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시장 공략의 발판을 다진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대형 픽업트럭과 대형SUV 등 대형RV(레저용차량) 수요가 커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 대형전기SUV의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로 미국 모터쇼에서 순수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하는 것은 19일부터 열리는 LA오토쇼가 처음이다.
현대차 고급브랜드인 제네시스가 2019년 미국 뉴욕모터쇼에서 GV60의 콘셉트카인 ‘민트’를 공개한 적이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제네바모터쇼 등 유럽 모터쇼에서만 순수전기차 콘셉트카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을 활용했다.
콘셉트카는 완성차브랜드가 양산 전 단계에서 앞으로 나올 신차의 주요 디자인과 성능 등을 시장에 공개하는 것으로 디자인과 기술, 철학 등 브랜드의 미래 발전방향이 집약돼 나타난다.
정 회장은 이번 LA오토쇼에서 현대차 대형전기SUV인 아이오닉7의 콘셉트카 ‘세븐’과 기아 대형전기SUV인 EV9의 콘셉트카 ‘더 기아 콘셉트 EV9’를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는데 미국 대형전기SUV시장에서 본격 경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매년 판매 1~3위를 대형 픽업트럭이 차지하는 등 대형RV(레저용차량)의 나라로 여겨진다. 소형차를 선호하는 유럽과 고객성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미국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2018년과 2019년 각각 내놓은 대형SUV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모두 출시 이후 2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10월 미국에서 각각 8670대, 7695대 팔렸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 가운데 투싼에 이어 2위, 텔루라이드는 기아의 자동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 현대차 아이오닉7 콘셉트카 '세븐' 티저이미지. |
미국은 전기차산업 육성 정책을 담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예산법안이 지난주 하원을 통과하면서 전기차시장 성장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업체들은 물론 신생 전기차업체들도 전기차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대형 전기픽업트럭과 대형 전기SUV를 선봉에 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은 9월 세계 최초로 대형전기픽업트럭 ‘R1T’의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대형전기SUV ‘R1S’를 출시한다.
R1T과 R1S는 리비안의 첫 번째, 두 번째 양산차인데 두 차 모두 팰리세이드보다 차 길이(전장)가 10cm, 차 높이(전고)가 20cm, 앞뒤 바퀴 사이 거리(휠베이스)가 15cm 이상 차이 날 정도로 크다.
정 회장이 이번 LA오토쇼에서 아이오닉7과 EV9 콘셉트카를 통해 전기차 비전을 보여주는 일은 앞으로 아이오닉5와 EV6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정 회장은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를 선보였는데 국내와 유럽에 먼저 출시해 아직 미국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다.
내년부터 미국에 아이오닉5와 EV6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는데 이번 LA오토쇼가 전용 전기차의 앞선 기술력을 알리는 동시에 전기차 선도 브랜드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전통 완성차업체 가운데 아직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차를 양산해 판매하는 곳은 없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아이오닉7과 EV9을 각각 2024년과 2023년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전기차시장에서 앞선 브랜드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아이오닉5와 EV6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은 현대차와 기아의 가장 큰 시장으로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시대 글로벌 판매량과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 기아 EV9 콘셉트카 ‘더 기아 콘셉트 EV9’ 티저이미지. |
정 회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올해 들어 4월과 6월, 7월, 10월 등 미국 출장만 4번을 다녀오며 미국에서 사업에 직접 힘을 실었다.
이번 LA오토쇼에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A오토쇼는 미국 LA컨벤션센터에서 매년 열리는 자동차전시회로 올해는 17일과 18일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미국 최대 자동차전시회인 디트로이트모터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위상이 조금 낮지만 현대차는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차량들을 LA오토쇼에서 발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 행사였던 2019년에는 투싼 콘셉트카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비전T’를 선보였고 2018년에는 대형SUV 팰리세이드를 LA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정 회장은 2018년 LA오토쇼 팰리세이드 공개 행사에는 직접 참석했는데 당시 비슷한 시기 서울에서 열린 제네시스 G90 출시 행사 대신 미국행을 선택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모터쇼는 주목도가 높은 만큼 이때에 맞춰 주요 콘셉트카나 신차를 선보이려고 한다”며 “각 차량의 양산시점과 주요 판매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차나 콘셉트카를 선보일 모터쇼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