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022년 정유사업 호조로 5년 만에 영업이익 3조 원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포드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기 위해 5조 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정유사업에서 이익체력이 좋아져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요 확대에 따라 국제유가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회사들의 실적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2021년 11월 기준 80달러 선인 국제유가가 연말 배럴당 9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2년 6월 국제유가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기준으로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POEC+)가 석유 공급량을 제한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이런 예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정유사들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유사들은 일반적으로 원유를 매입한 뒤 정제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원유 구입시점과 제품 판매시점 사이 유가가 오르면 재고평가이익을 보게 된다.
여기에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비 등을 뺀 금액)도 오르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이 실적을 늘리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으로 등유(항공유)와 경유 마진은 각각 13달러, 11달러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 수준에 도달했다.
게다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산업활동이 활기를 보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석유제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석유제품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데다가 연말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백신접종 확대로 산업활동이 정상화되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경유수요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노후화된 설비를 보유한 소규모 정유업체(티팟)를 구조조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석유제품 공급 측면에서 호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해 겨울이 추워 난방용 등유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다가 산업재개로 항공용 등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마진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은 그동안 하향 조정했던 SK이노베이션의 정제설비 가동률을 늘려 이익체력을 키우고 배터리사업의 투자기반을 단단히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 김 총괄사장의 어깨는 한층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1년 11월 기준 SK온의 수주잔고는 220조 원으로 글로벌 상위기업의 수주잔고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SK온은 2022년 영업이익을 700억 원 가까이 내면서 수익성이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8조1980억 원, 영업이익 3조81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영업이익 3조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김 총괄사장은 올해 7월 경영전략 발표행사에서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상장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강세로 사업환경이 좋아진 만큼 우선 정유사업에서 다진 이익으로 배터리사업 투자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이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