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재 삼성전자 VD사업부 소프트웨어개발그룹장 전무가 10월26일 온라인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게임서비스 출시 계획을 언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TV에 적용하는 자체개발 운영체제 ‘타이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기반 게임서비스를 포함한 여러 새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시도하던 삼성전자의 콘텐츠사업 육성 노력이 모두 실패했지만 타이젠 운영체제는 막강한 TV시장 점유율에 힘입어 충분히 승산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되는 TV에 다양한 최신 기능과 콘텐츠를 탑재하기 위해 활발한 외부 협력과 소프트웨어 개발자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TV에 탑재하는 타이젠 운영체제를 외부 TV 제조사에도 제공하거나 B2B(기업대상)서비스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에 따라 타이젠 기반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26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TV용 타이젠 플랫폼에 클라우드 기반 게임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클라우드 게임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기 때문에 고성능 PC나 게임콘솔이 없어도 인터넷 속도만 충분히 빠르다면 TV에서도 지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게임을 ‘킬러콘텐츠’로 앞세워 그동안 활용성 측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타이젠 운영체제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이미 게임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나 애플, 구글 등 대형 IT기업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고성능게임 콘텐츠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고가의 게임용 컴퓨터나 콘솔을 구매하는 것은 금전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구독형으로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5G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등 통신기술 발전도 클라우드 게임시장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클라우드 게임을 통해 TV용 타이젠 운영체제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용자를 끌어들인다면 향후 동영상과 애플리케이션(앱) 등 다양한 콘텐츠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의 평가기준이 화질과 디자인을 넘어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며 “타이젠 플랫폼의 다양한 기능과 앱을 소비자들에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자체 운영체제나 플랫폼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해 동영상과 음악, 모바일앱, 게임, 전자책 등 콘텐츠사업 진출 시도에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된 구글 운영체제와 콘텐츠플랫폼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으로 안드로이드 의존을 낮춘다는 중장기 목표도 두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자 이를 스마트TV 등 사물인터넷기기 전용 운영체제로 전환해 개발해 왔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판매하는 TV가 대부분 스마트TV 기능을 탑재하고 타이젠을 적용해 나오게 되면서 자연히 글로벌시장에 TV용 타이젠 운영체제가 빠르게 보급되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전자의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매출 기준 31.9%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타이젠 운영체제가 TV시장에서는 스마트폰과 달리 막강한 영향력을 차지하게 된 만큼 삼성전자가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 등 플랫폼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히 갖추게 된 셈이다.
구글과 애플도 각각 안드로이드TV와 애플TV 등 TV 전용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별도의 셋톱박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TV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타이젠 운영체제가 보급 확대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분야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주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애플과 같은 주요 경쟁사는 스마트폰 등 기기 판매뿐 아니라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약 20%를 차지하고 있어 더 안정적 성장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측면의 성장 노력을 강화해야 반도체 등에 실적을 의존하고 있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도 타이젠 운영체제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서 콘텐츠 판매수수료 등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세계 개발자들에게 타이젠 플랫폼을 위한 앱과 콘텐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플랫폼의 개방성을 강조하며 개발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TV용 타이젠은 아직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클라우드 게임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엔비디아 등 IT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타이젠 플랫폼 강화에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2년에 클라우드 게임 전문업체 가이카이와 손잡고 스마트TV에서 클라우드 게임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소니가 가이카이를 인수하며 삼성전자가 협력을 지속하기 어려워졌고 클라우드 게임시장도 인터넷 속도 등의 기술적 한계로 성장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