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체기술로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생산계획을 여러 글로벌 협력사들과 논의하며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배터리업체들도 애플이 전기차부품 수급망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서 잠재적으로 애플과 협업할 기회를 잡게 될 수 있다.
▲ (왼쪽부터)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 |
24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애플카 출시를 위해 다양한 분야 협력사와 동시에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BYD와 CATL 등 중국 배터리업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논의했는데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일본 파나소닉에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까지 현대차와 기아, BMW, 메르세데스벤츠, 닛산, 맥라렌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은 물론 마그나슈타이어와 폭스콘 등 위탁생산업체도 애플과 전기차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의 기본설계와 출시시기를 어느 정도 정하고 실제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 들어와 여러 글로벌 제조사들과 협력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IT기업인 애플이 직접 전기차시장에 진출한다면 직접적으로 경쟁을 앞두고 있는 세계 자동차기업은 물론 부품업체 등 관련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전기차배터리업체가 최근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고객사를 적극 확대하는 과정에서 애플카 출시에 따른 변수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배터리기업들이 애플카에 직접 배터리를 탑재할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낮은 공급가격 등을 고려해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주력으로 삼는 LFP(리튬인산철) 기반 전기차배터리 공급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세계 리튬인산철 배터리시장은 중국업체가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삼성SDI와 LG화학, SK온은 배터리 성능과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를 들어 대량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애플 특성상 전기차배터리 공급가격 인하를 공격적으로 요구할 공산이 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애플카에 배터리를 공급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개발과 생산경험이 없는 애플이 전기차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해 실제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다만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놓인 상황과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 등을 고려하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도 충분히 애플과 협력을 논의할 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애플은 CATL과 BYD가 애플카 배터리 공급을 위한 전용 공장을 미국에 설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분쟁과 배터리 등 첨단기술분야 경쟁을 고려하면 중국 배터리업체의 미국 공장 건설은 두 국가에서 모두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파나소닉의 배터리 탑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파나소닉도 한국 배터리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애플이 파나소닉과 협력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면 충분히 한국기업에도 공급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제품에 탑재되는 배터리 등 부품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은 애플 아이폰 등 IT기기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공급하며 협력관계를 갖췄기 때문에 전기차배터리 공급까지 논의를 확대하기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또 한국 배터리3사가 모두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최근 생산공장 투자계획을 내놓은 상태기 때문에 애플의 주문에 맞춰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애플과 협력 가능성이 거론됐던 BMW와 다임러, 마그나슈타이어, 현대차그룹 등 제조사들은 모두 한국업체의 전기차배터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 제조사가 애플카 생산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면 기존에 거래하던 한국 배터리업체의 전기차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애플카에 사용되는 전기차배터리 공급 기회는 당장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세계 IT기업 가운데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품질기준도 까다로운 애플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특정 배터리업체가 애플과 전기차분야에서 협력하게 된다면 여러 글로벌 고객사들의 배터리 주문을 수주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배터리분야에서 모든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