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업계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대출여력이 있는 지방은행을 찾으면서 BNK금융지주의 하반기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지방은행은 기업대출 비중이 대부분인 탓에 일률적으로 금융당국이 설정한 가계대출 증가율 ‘6%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5대 은행에서 밀려난 가계대출 수요가 지방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지방금융그룹 3곳은 올해 초부터 대출자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BNK부산은행 등 5개의 지방은행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잔액은 49조9천억 원으로 2020년 말보다 7.6%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8%에 그쳤다.
특히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2곳을 보유한 BNK금융지주는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부분의 3분기 은행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가운데 BNK금융지주 등 지방은행들은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 상회폭이 더 클 것이다”며 “높은 대출 증가율과 대손비용 감소추세 영향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BNK금융지주는 금리인상에 따른 수혜도 5대 시중은행보다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변동금리 대출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에 따른 실적 증가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21년 1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지방은행의 변동금리 비중은 85.7%로 전체 은행권 70.7%보다 15%포인트 높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의 변동금리 비중은 68.2%다.
지방은행은 한국은행의 '금융기관여신운용규정'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비중을 전체 대출에서 6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대출은 장기 고정금리상품이 없고 대부분 3개월, 6개월 등 단기 금리변동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2021년 상반기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2020년 상반기보다 각각 9.2%, 4.7% 늘었다.
김지완 회장은 이런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 지방은행에 유리한 경영환경을 바탕으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BNK금융지주가 2021년 순이익 7957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20년 순이익보다 53.2%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실적 개선 기대감에 BNK금융지주 주가도 최근 연이어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은행부문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비은행부문을 강화를 위한 투자에 힘을 쏟을 것을 보인다.
김 회장은 7월 BNK금융그룹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금융산업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본원적 사업역량 개선을 통한 경상이익 제고 및 사업모델 혁신을 통한 위기 회복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지역금융그룹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단계 더 레벨업 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NK금융그룹을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인데 은행부문의 실적 증가는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투자여력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김 회장은 취임 뒤 여러 차례 보험사와 부동산신탁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관심을 보였는데 2019년 BNK벤처투자(옛 UQI파트너스) 한 곳을 인수하는 데 그쳤다. 김 회장은 2019년 롯데손해보험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다가 포기했지만 여전히 투자대상을 찾고 있다.
일각에서 나오는 자산건전성 우려도 많이 해소됐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BNK금융지주의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019년 초 1.26%에서 올해 2분기 기준 0.53%까지 개선됐다”며 “과거 지역경기 하락기에 발생한 부실은 그동안 대부분 정리되었으며 이미 적립한 충당금으로 인해 향후 부실채권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