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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이 선장 맡은 두산그룹, 박용만 때와 달라질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3-28 1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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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이 선장 맡은 두산그룹, 박용만 때와 달라질까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그룹에서 4세경영의 닻을 올린 박정원 회장은 박용만 회장과 리더십 측면에서 어떻게 다를까?

박정원 회장이 28일 두산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박정원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두산그룹 연수원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창업주의 맏손자다. 두산그룹은 박 회장의 취임으로 장자 승계 체제를 다시 갖추게 됐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에 입사한지 31년만이다. 총수에 오르기까지 30여 년의 시간이 걸린 만큼 경영 경험에 있어서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정원 회장은 특히 두산산업(현 두산글로넷BU)에 신입사원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일본 기린맥주에서 과장을 지냈다. 밑바닥부터 다지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셈이다.

박정원 회장은 삼촌인 박용만 회장과 유사한 듯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색채의 리더십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등 정재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재계 순위만 놓고 보면 두산그룹이 과거에 비해 밀려난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재계에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장수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용만 회장의 활발한 대외 활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은둔형 오너가 태반인 국내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서비스 초기부터 활발하게 소통의 리더십을 보였다. ‘사람이 미래다’로 통하는 두산그룹 이미지도 박용만 회장이 대외활동을 통해 보인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면 박정원 회장은 ‘외유내강형’이란 재계의 평가가 많다. 박용만 회장에 비하면 과묵하고 은둔형 리더로 통한다. 박정원 회장의 이날 공식 취임행사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물론 박정원 회장도 두산베어스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직접 찾아 대중에게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이는 그가 소문난 ‘야구광’인 탓으로 풀이된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 내부에서 사촌모임을 정기적으로 주도하는 등 4세대의 ‘맏형’ 노릇도 톡톡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원 회장은 크게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한 성품을 지녔지만 경영인로서 강한 카리스마와 과감한 승부사 기질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격은 박정원 회장이 1999년 두산상사BG 대표이사를 맡았을 당시 사업영역을 과감히 넓히며 외형성장을 이끈 데서 드러난다.

그러나 박정원 회장이 마스터키를 손에 쥔 두산그룹호가 순항할지 ‘기대반, 우려반’이란 시선도 적지 않다. 두산그룹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박정원이 선장 맡은 두산그룹, 박용만 때와 달라질까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3월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주력인 중공업 계열사들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은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8595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차입금 규모도 약 5조 원이나 돼 영업이익으로 연간 이자비용 3천억 원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공작기계사업부문을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박정원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두산건설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1699억 원, 당기순손실이 5207억 원에 이르고 있다.

두산건설도 배열회수보일러 부문 매각을 검토하는 등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건설은 올해 12월 4천억 원 규모의 상황우선주 만기가 돌아온다. 이를 막지 못하면 두산건설 지분 57%를 가진 두산중공업에도 불똥이 튈 위험이 있다.

박정원 회장은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된다. 두산그룹은 면세점사업과 연료전지사업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사업은 업계간 과열 경쟁과 정책 변수, 유통업 경험 부족 등으로 어려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품 유치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 데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해온 워커힐면세점 인력을 흡수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워낙 어려운 때 대관식을 치른 만큼 그룹의 미래가 박정원 회장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박정원 회장이 재계 안팎의 우려를 기대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세계 경영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열린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최우선 과제로 ▲그룹 재무구조 개선 마무리 ▲신규사업 조기 정착 및 미래 성장동력 발굴 ▲현장 중시 기업문화 구축 등을 제시했다.

박정원 회장은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의 혁신과 성장의 역사에 또 다른 성장의 페이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며 "두려움없이 도전해 또 다른 100년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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