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조류인플루엔자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고 수준의 대응책으로 맞서고 있다
. 스탠드스틸
(standstill). 축산 농가의 가축과 출입 차량
, 축산업자의 일시적 이동 중지 조치를 일컫는다
. 20일 사상 처음으로 발동됐다
.
이 장관이 내놓은 스탠드스틸은 일단 AI가 최초로 발생한 전북 고창 오리 농가에서 멀지 않은 전남, 전북을 비롯해 광주 등 호남 지역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 스탠드스틸 왜 발동됐나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을 앞두고 AI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2년8개월 만에 또다시 끝없는 ‘살처분의 악몽’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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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필(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최초 발생 지역으로 꼽히는 고창의 농가는 전국으로 분양하는 새끼 오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 만일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새끼 오리가 전국적으로 팔려나가면 이를 분양받은 농가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 AI 발생 농장에서 지난
25일여 동안 전국
4개도
24개 농가에 새끼 오리를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 특히 운반 차량이 충북 진천의 오리
, 닭 등 도축장에 드나든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
AI는 잠복기가 최대 21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일이 흔하다. 오염된 깃털, 새똥 등이 오리 도축장에 모여든 전국 각지의 운반 차량에 묻어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퍼뜨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에 감염된 씨오리는 산란율 감소와 경미한 폐사가 나타나지만 육용 오리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제 감염됐다 하더라도 발견이 어려울 가능성마저 크다. 이 때문에 오리 농가 인근 닭 농가 등에서 AI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착안한 것이 이 부분이다. AI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과 가축의 이동을 적절히 통제하면 방역에 성공할 수 있다. 이 장관이 일단 호남 지역 축산 농가의 가축, 출입 차량, 축산 종사자에 대해 일시적 이동중지 조치를 내린 이유다. 초반에 초강수를 두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뜻이 담긴 것이다
천만 단위로 이동이 이뤄지는 설 연휴 기간까지 AI 확산을 잡지 못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이를 최대한 감안한 조치라는 평가다.
◆ 끝없는 살처분 악몽을 막자
AI 발생 열흘 전쯤 농장 상공에서 철새인 가창오리가 떼를 지어 날았다는 목격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주목하고 있다
. 철새의 배설물을 통해
AI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이 장관이 지휘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남, 전북 등 지방자치단체는 AI 발생 농장 인근의 가축을 우선 살처분했다.
또 차량 등 농장 출입 기록을 역추적하는 한편 통제 초소를 설치하고 긴급 방역에 나서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AI 발생 농가를 출입했던 운반 차량이 출입했던 도축장을 모두 폐쇄했다.
국경 방역도 강화됐다. 최근 홍콩, 캐나다에서 AI 감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유입 위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중국 광둥성에서 채취한 거위의 시료에서 신종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중국 내부 유행 가능성도 크다.
이 장관이 사상 최초로 빼든 스탠드스틸 조치가 AI 바이러스의 전국 확산을 막을지 아니면 축산 농가 등의 이동을 완전히 금지해 부작용이 클지 현재는 판단하기 어렵다. 예방 조치에 더욱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설을 앞두고 초동 대처로서 스탠드스틸은 의미가 없지 않다.
이 장관은 “2011년 5월 이후 또다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신속한 조치에 들어간 것”이라며 “AI 바이러스는 75도 이상으로 5분 동안 열을 가하면 모두 없어지기 때문에 익힌 닭고기나 오리고기, 계란을 먹어도 괜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