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총장의 고발청부 의혹을 둘러싸고 당내 다른 대통령선거후보캠프 인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 문제가 내부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윤 전 총장 측은 전날 고발청부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며 ‘성명불상’ 1인도 피고발인으로 함께 적시했다. 캠프에서는 이 인물이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났을 때 동석했다고 보고 있다.
고발장에는 ‘특정 선거캠프 소속 동석자가 있었다는 다수의 의혹 제기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서는 홍 의원 캠프의 이필형 조직본부장을 동석자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이 아닌 홍 의원 캠프의 다른 사람도 의심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박 원장과 조씨는 동석자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이 본부장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박 원장과 조씨를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홍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발청부 사건에 마치 우리 측 캠프 인사가 관여한 듯 거짓 소문이나 퍼트리고 특정해 보라고 하니 기자들에게 취재해 보라고 역공작이나 하고 참 잘못 배운 정치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추가 게시글을 통해 “모 후보 측에서 고발청부사건에 우리 캠프 인사를 음해한 것에 이어 내가 경남지사 시절 직원에게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고 거짓 소문도 낸다고 한다”며 “담배도 피우지 않는데 재떨이 운운하는 것은 참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누가 그런 거짓 소문을 내는지 다 알고 있다. 아무리 다급해도 당당하게 하라”며 “그건 자멸의 길이다”고 덧붙였다.
고발청부 의혹을 둘러싼 대립구도가 윤 전 총장과 현정권의 여‧야 갈등 양상에서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사이의 경선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구도가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양강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고발청부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더 심해질 여지도 있다.
여론 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의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은 32.8%로 1위, 윤 전 총장은 25.8%로 2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8월 3주차)와 비교해 홍 의원은 10.7%포인트 오른 반면 윤 전 총장은 3.0%포인트 떨어지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 조사는 아세아경제 의뢰로 11~12일 이틀 동안 만18세 이상 1022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고발청부 의혹이 이처럼 확대되면서 윤 전 총장으로서는 대응해야 할 전선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여권과 이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도중에 당내 경선후보와도 이 문제를 놓고 다투게 될 가능성이 켜진 탓이다. 그렇게 된다면 윤 전 총장 본인이나 캠프의 대응역량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홍 의원은 '화력'이 매우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에서 오래 활동하며 상대 진영의 저격수 노릇을 도맡아 했던 전력이 있다. 경선 과정에서 홍 의원이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게 된다면 윤 전 총장이 난처한 형편에 몰릴 공산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 측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홍 의원을 이 문제에 끌어들이게 된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박지원 원장과 홍 의원과 같은 정치적으로 노련한 인물을 동시에 상대하게 된 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원장은 전날 CBS 기자와 나눈 통화에서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느냐. 나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사건을 국회에서 제일 먼저 터뜨린 사람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했다.
윤 전 서장은 윤 전 총장의 측근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형으로 윤 전 총장은 윤 전 서장의 뇌물수수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내 대립은 다른 경선후보들로까지 일정 부분 번질 조짐도 보인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쪽이 윤 전 총장과 연대전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 측 이규양 언론특보는 13일 논평을 통해 “유승민 후보가 정권을 빼앗긴 데 앞장선 배신행위였다면 홍 후보가 지지율 상승에 도취해 권력의 압박을 받는 윤석열 후보를 외면하는 것은 정권교체에 관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최 후보가 최소한 품격을 갖춘 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잘못됐던 거라면 바로잡겠다”라며 “이 저열한 글이 최 후보의 뜻인가”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