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대비한 경제구조 전환을 놓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총재는 디지털경제로 급속한 전환을 경계하는 반면 친환경경제 전환은 더디게 진행될까 우려했다.
이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 창립 20주년 기념 세계경제연구원-신한금융그룹 국제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통해 “급속한 디지털화가 낳을 부작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모든 부문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빅테크·핀테크기업의 금융서비스 확대로 금융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 총재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로 전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 서비스 이용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네트워크 특성상 하나의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지배력이 강화되고 확산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경쟁과 혁신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이 총재는 디지털화 속도에 맞춰 위험(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보안사고나 정보유출로 신뢰가 훼손돼 디지털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디지털경제로 성공적 전환 여부는 신기술 도입을 앞당기는 것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얼마나 철저히 대비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두인 친환경경제로 전환 역시 원활히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총재는 “경제적 비용과 기술적 한계의 부담 등으로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수용성이 낮다”며 “디지털경제에서 경제활동의 제약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친환경경제에서는 오히려 제약이 늘어나 진입을 주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방식 개선과 산업구조 재편 등을 통해 친환경 전환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우리 경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며 “위기 대응 차원의 조치를 넘어 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