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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의 현대중공업 흑자전환, '고난의 행군'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3-16 16: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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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의 현대중공업 흑자전환, '고난의 행군'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함께 1월5일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생산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권오갑 사장이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목에서 대규모 세금추징을 당했다. 노사 관계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 1200억 원대 세금 추징, 흑자전환 늦춰지나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1200억 원이 넘는 세금추징 통보를 받았다. 국세청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현대중공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했는데 세무조사를 마친 뒤 세금을 추징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일부 추징금만 납부하고 나머지에 대해 불복신청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1261억400만 원에 대해 과세전 적부심사 및 조세심판을 청구했고 현대삼호중공업은 28억3500만 원에 대해 조세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불복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대중공업은 추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미 납부한 추징금은 지난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과세전 적부심사를 신청한 금액은 아직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권오갑 사장은 현대중공업을 비상경영으로 이끌고 있다. 임직원이 급여를 반납하고 각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은 최근 실적이  정상화할 조짐을 보였는데 1천억 원이 넘는 추징금 납부는 뼈아픈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은 2월 한달 동안 7700만 달러의 선박 수주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87.36%나 줄어든 것이지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경쟁사들이 올 들어 한 건의 수주실적도 올리지 못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까지 적자탈출에 실패하며 9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이르면 1분기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현대중공업이 1분기에 매출 10조8천억 원에 영업이익률 1.8%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 1944억 원의 흑자를 예상한 것이다.

증권사 연구원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현대중공업 1분기 흑자를 낼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중공업이 1분기에 거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전망치의 평균은 각각 700억 원대 후반, 400억 원대 중반이다.

현대중공업이 시장의 기대치에 걸맞은 실적을 낸다면 이번 세금 추징은 순이익 흑자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2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700억 원대 후반인데 자칫하면 순이익 흑자전환은 하반기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16일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일보다 6.09% 떨어진 10만8천 원으로 마감됐다.

◆ 임단협 시작도 안 했는데 노사 갈등 조짐

권오갑 사장에게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는 또 다른 부담이다.

권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노조와 갈등을 겪으며 2년 연속 파업이라는 아픔을 경험했다. 올해 초 권 사장과 백형록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해양플랜트 건조현장을 방문하면서 화합의 모습도 나타났으나 오래 가지 못하고 있다.

  권오갑의 현대중공업 흑자전환, '고난의 행군'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노사의 불협화음이 지속하면서 올해 임단협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인력 전환배치에 대한 반발이다.

현대중공업은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전기전자사업본부와 엔진사업본부, 건설장비사업본부 인력 일부를 조선사업부로 전환배치하려고 한다. 노조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전환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전출 거부 방침을 정했다.

현대중공업은 개별 면담을 통해 전환 배치를 원만하게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전환배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노조는 지난달 사외이사 1인 추천권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경영권 간섭이라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25일 주주총회에서 선임하기로 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논란을 제기했다. 노조는 “홍기현 서울대 교수는 과거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성매매와 연관시킨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라며 사외이사 적격성을 문제삼았다.

노조는 나아가 권오갑 사장을 겨냥한 발언도 하고 있다. 노조는 “정몽준 대주주와 이사회는 부실경영진 유임을 철회하고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노동조합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함께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이 예정돼 있다.

노조가 총선과 맞물려 정치적인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대목도 권 사장 입장에서 반갑지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0일부터 11일까지 모바일을 통해 19대 총선에서 울산광역시 동구에 출마할 진보후보 단일화 투표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김종훈 후보와 이갑용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후보 단일화를 결정했다.

김종훈 후보는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동구위원장 출신으로 2002년 울산시 시의원, 2010년 울산시 동구청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백형록 노조 위원장은 김 후보를 지지하기로 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총선 투쟁에 나서게 됐다”며 “울산 동구 최초의 진보 국회의원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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