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F, 중국 골프웨어시장 공략에 무기가 필요해
김창수 F&F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골프웨어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F&F는 최근 센트로이드PE가 주도한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4천억 원을 들여 단독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는 세계 3대 골프장비기업으로 꼽히는만큼 중국시장 공략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중국 내 골프 관련산업은 세계 3위 규모의 중산층을 업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골프인구가 현재 100만 명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2천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까다로운 중국 중산층 소비자를 겨냥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많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는 유럽, 미국, 일본의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를 향하고 있다. 그 뒤를 중국 국적의 브랜드들이 뒤쫓고 있는 상항에서 한국 브랜드가 설 자리는 좁아 보인다.
F&F가 중국 골프웨어시장을 공략하려면 중국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할 글로벌 브랜드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나선 것도 이런 필요 때문으로 보인다.
김창수 사장은 과거 휠라그룹이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던 전략을 참고했을 수 있다. 먼저 전략적 투자자로 지분을 확보한 뒤 금융권과 손잡고 인수자금 조달,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최종적으로 최대주주에 등극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 MLB 브랜드 통한 중국사업이 F&F의 캐시카우, 그 다음은?
F&F의 테일러메이드 지분투자를 놓고 ‘알맹이 없는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F&F는 국내에서 테일러메이드 라이선스사업을 펼칠 수 없다. 테일러메이드의 국내 의류 라이선스권은 한성에프아이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창수 사장이 투자를 결정한 것은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F&F은 매출 대부분을 MLB와 디스커버리 2개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다.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MLB 브랜드가 50~6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디스커버리(30~40%)다.
최근 중국에서 MLB브랜드사업이 빠르게 커지면서 이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F&F는 2020년 중국에서 MLB로 매출 745억 원을 내 2019년(119억 원)보다 6배 이상 늘었다.
F&F는 중국 법인 성장세를 잇기 위해 올해도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1년 중국내 MLB 매장을 연초보다 4배 많은 2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면세점, 백화점 등 쇼핑몰을 중심으로 매장을 내면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TV프로그램에 MLB를 노출시키는 등 브랜드 고급화에도 나서고 있다.
F&F는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8% 수준이었는데 2022년에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 F&F, 기업분할과 투자전문가 기용 통한 판 짜기
F&F는 2020년 11월 패션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 F&F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올해 5월 분할이 이뤄져 지주사 F&F홀딩스와 패션회사 F&F가 설립됐다.
김창수 사장은 F&F홀딩스 대표이사로 박의헌 F&F파트너스 공동대표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투자금융업계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11년에는 메리츠화재에서 분할된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를 맡아 지주사체제 초기에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야 할지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노우람 F&F파트너스 공동대표와 함께 F&F그룹의 신사업 발굴 및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사실 오래전부터 컨설팅과 금융업, 벤처캐피털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들을 영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에는 패션업계 투자하는 'IMM스타일벤처펀드' 지분을 확보해 F&F홀딩스 자회사로 만들기도 했으며 그해 12월에는 벤처투자 전문회사 F&F파트너스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김 사장은 이를 통해 그동안 혼자 짊어졌던 역할들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김 사장 본인은 라이선스사업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 5월 기업분할 전후 주가흐름과 올해 실적 전망
F&F홀딩스(옛 F&F) 주가는 2016년까지해도 1만 원 선을 넘지 못하다가 2017년 겨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브랜드의 ‘롱패딩’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5만 원선을 넘겼다.
롱패딩 유행이 가라앉으면서 주가는 2만 원대 밑으로 떨어졌다가 2019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어글리슈즈’ 유행을 타면서 되살아나 3만~5만 원 사이를 오고가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분할 계획발표 이후 꾸준히 올라 분할을 코앞에 둔 2021년 4월27일에는 9만250원까지 뛰기도 했다. 그러나 분할 직후 폭락해 4만 선이 무너져 8월17일 3만4050원까지 떨어졌으나 점차 회복돼 8월 말에는 4만5천 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신생법인 F&F 주가는 36만 원에서 시작해 8월25일 74만8천 원으로 3개월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패션기업 주가가 널뛰는 가운데도 F&F 주가만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F&F 주가가 중국사업 성장, 높은 영업이익률, 테일러메이드 인수건 기대감 위에 올라타 있는 만큼 쉽사리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F&F를 패션업계 최선호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다.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 F&F 주가는 9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증권사는 바라보기도 한다.
F&F는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400억 원, 영업이익 34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 2020년보다 매출은 60%, 영업이익은 177%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매출의 90% 이상을 라이선스사업으로 내고 있다는 점이 잠재적 불안요소로 꼽힌다. F&F 소유의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 이유이다.
◆ '라이선스 귀재' 김창수 골프웨어는 세 번째 도전
김창수 사장은 패션업계에서 라이선스의 귀재라고 일컬어진다.
김 사장은 삼성출판사 창업주 고 김봉규씨의 둘째 아들이다. 형은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 동생은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다. 삼성출판사에서 계열사 아트박스의 대표이사를 지내다 F&F유통을 설립해 나와 패션사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 베네통,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엘르스포츠, 구호, 어바우트, 킬러루프 등 국내에 들여온 해외 브랜드마다 큰 성공을 거두며 패션업계에서 명성을 쌓았다. 특히 1997년 미국프로야구 ‘MLB’, 2012년 다큐멘터리 TV채널 ‘디스커버리’ 상표권을 얻은 뒤 의류브랜드로 재해석한 것이 지금의 F&F를 만들어냈다.
김 사장은 2012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라는 상표만 달랑 들고 연간 매출 3천억 원대 아웃도어 브랜드를 창조해내기도 했다.
F&F 매출은 2014년 약 3천억 원 수준이었으나 2017년 5600억 원으로 증가했고 2018년 어글리슈즈 열풍과 MLB 브랜드의 중국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6700억 원, 2019년 9100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골프웨어에서 만큼은 몇 차례 도전했음에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여성복 브랜드 엘르와 스포츠웨어 브랜드 레노마스포츠를 활용해 골프웨어의 대중화를 겨냥했으나 만족스런 결과는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40여 년 동안 골프용품시장에서 명성을 쌓아온 테일러메이드를 통해 다시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