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GM에 따르면 영업본부 등은 지난 주말 전해진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볼트EV 추가 리콜 결정과 관련해 국내 판매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본사의 글로벌 리콜 발표가 지난주 토요일(21일) 나오다 보니까 아직 판매 전략을 어떻게 취할지 결정된 게 없다”며 “앞으로 내부회의와 글로벌 본부 논의 등을 거쳐 새로운 판매략을 수립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애초 9월로 예정됐던 한국GM의 신형 볼트EV와 볼트EUV의 고객 인도가 이번 리콜조치로 뒤로 크게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신형 볼트EV와 볼트EUV 전량을 미국에서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데 이번 리콜대상에는 한국GM이 확보한 물량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너럴모터스는 화재 가능성에 따라 7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생산된 볼트EV의 배터리 모듈교체 방식의 리콜을 결정한 데 이어 현지시각 20일 2019년 이후 생산된 볼트EV와 파생모델 볼트EUV 7만3천 대를 추가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GM은 애초 이번주 볼트EV의 미디어시승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 일정 역시 무기한 연기했다. 한국GM은 18일 신형 볼트EV와 볼트EUV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카젬 사장은 미국 본사의 갑작스러운 볼트EV 추가 리콜 결정에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번 리콜 결정은 카젬 사장이 국내 완성차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가상인물 ‘로지’를 모델로 쓰는 등 젊은층을 상대로 볼트EV와 볼트EUV의 마케팅에 힘을 주는 상황에서 나왔다.
볼트EV와 볼트EUV는 4천만 원대의 가격,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성능 등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시장에서 기대를 얻으며 한국GM의 판매 반등을 이끌 기대주로 꼽혔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신형 볼트EV와 볼트EUV는 국내 사전계약 이후 며칠 만에 각각 3천 대 이상의 주문이 들어오며 한국GM이 올해 확보한 물량을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젬 사장은 국내에서 판매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에서 완성차 8만3천 대를 판매했다. 카젬 사장이 취임한 2017년 13만3천 대와 비교해 38% 줄었다.
한국GM은 올해도 부진한 국내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으로 완성차 3만8천 대를 파는 데 그쳤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카젬 사장은 GM호주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해 제너럴모터스 아세안지역 생산및품질 부사장, GM우즈베키스탄, GM인도 등을 거쳐 2017년 한국GM의 수익성을 개선할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하지만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역시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쉐보레 볼트EUV. <한국GM>
한국GM의 전기차 전환속도가 더욱 더뎌지는 점도 카젬 사장에게 부담일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는 미국 1등 완성차업체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그 어떤 글로벌 완성차업체보다 전기차 전환에 힘을 싣는 곳으로 꼽힌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 회장은 올해 1월 미국 가전전시회 CES2021 기조연설에서 글로벌시장의 전기차 판매비중을 2025년 40%까지 늘릴 계획을 발표했는데 한국GM은 아직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지 않다.
신형 볼트EV와 볼트EUV는 제너럴모터스가 올해 초 전동화전략을 발표한 뒤 한국에 처음 내놓는 전기차다.
신형 볼트EV와 볼트EUV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며 국내 전기차 생산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력 모델 출시에 시간이 걸린다면 카젬 사장으로서는 좋을 것이 없다.
다만 제너럴모터스는 이번 선제적 리콜 조치를 통해 안전과 관련한 고객 신뢰가 강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그 파크스 제너럴모터스 글로벌제품개발구매공급체인 부사장은 “제너럴모터스는 전동화시대 리더로서 고객의 믿음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고객들은 안전을 향한 제너럴모터스의 확실한 조치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