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우리카드에 따르면 7월 말 자체 결제망 구축을 검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다.
우리카드는 BC카드 결제망을 사용하고 있는데 독자 결제망 구축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는 것이 나은지 BC카드 결제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나은지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우리카드가 자체 결제망 구축을 검토하는 것을 놓고 예상치 못했다는 시선이 많다.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해 우리카드와 합병하면서 자연스럽게 롯데카드의 자체 결제망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2019년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해 롯데카드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매각에 나설 때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롯데카드와 인수 가능성을 제외하고도 우리카드가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시선도 나온다.
자체 결제망 구축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단기간에 결제망을 구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천억 원은 필요할 것"이라며 "대형 가맹점과 제휴는 비교적 빨리 진행될 수 있지만 중소업체까지 결제망을 구축하는 데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자체 결제망 구축으로 단기간에 실리를 취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카드가 자체 결제망 구축을 검토하는 것은 김 사장의 고심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의 대표 신용카드는 '카드의정석' 시리즈다. 2018년 4월 '카드의정석 포인트'를 첫 상품으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합쳐 30종 이상의 카드가 출시됐다.
카드의정석 시리즈는 3년 넘게 매달 25만 좌 이상의 발급좌 수를 유지하며 단일카드 브랜드로는 최단기간에 800만 좌 발급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카드의정석의 또다른 이름은 정원재 카드다. 정원재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기획과 마케팅은 물론 디자인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직접 관여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 역시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이 필요한 셈인데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자체 결제망 구축의 장점은 BC카드에 결제망 사용 수수료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자체 결제망을 구축한 카드사들은 절감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체 결제망을 쓰는 만큼 제휴사와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는 특정 제휴처를 이용하는 고객층을 노린 카드로 제휴를 맺은 곳에 혜택을 집중해서 제공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혜택을 빼고 자주 이용하는 곳에 혜택은 더해진 만큼 실질적 이익이 크다.
올해 상반기 카드업계에 출시된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는 20종이 넘는다. 반면 우리카드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한 장도 출시하지 않았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 전체를 놓고 봐도 카드의정석이 이룬 성과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며 "김 사장도 신임 사장으로서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출시와 자체 결제망 구축에 기틀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매력적 카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