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대표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지켜낸다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의 입지도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놓고 자산운용사 사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조달청을 통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공고를 냈다. 입찰은 9월3일부터 9월7일 오전 10시까지다.
이번 주간운용사 선정은 삼성자산운용의 주간운용사 계약이 올해 말 만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연기금투자풀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복수 주간운용사 체제를 이루고 있다.
심 대표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지위를 지키기 위해 온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은 약 100조 원 규모인 국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시장에서 손꼽히는 강자다. 연기금투자풀과 산재보험기금 등 약 40조 원 규모를 위탁운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2001년 연기금투자풀제도가 도입된 뒤 첫 회부터 5회 연속으로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운용역량과 노하우를 쌓았다. 6월 말 기준 연기금투자풀의 전체 운용규모는 약 31조 원으로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약 22조 원을 운용하고 있다.
연기금투자풀은 운용보수가 낮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얻는 실질적 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운용규모가 큰 데다 정부기금 운용을 전담하는 만큼 대외적 위상과 인지도, 신뢰도 등의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올해 초에는 2013년부터 8년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를 맡아온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처음으로 주간운용사가 교체되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안심할 수만은 없게 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금 운용 안정성을 위해 주간운용사 두 곳을 모두 교체할 가능성이 낮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자산운용사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되면 외부위탁운용관리시장에서 위상과 경쟁력 우위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은 연기금투자풀 등 기금위탁운용 경험이 풍부한 데다 운용인력 규모도 업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재선정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도 나온다.
심 대표는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런던법인 해외투자팀 과장, 경영진단팀장, 소매금융사업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2020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올라 취임 첫해에 순이익이 2019년보다 30.4% 증가한 707억 원을 내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심 대표는 취임 뒤 건강보험공단 대체투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공적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적극 도전하면서 외부위탁운용관리 경쟁력 강화에도 힘써왔다.
또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에 이어 이화여자대학교 기금 위탁운용사 자리를 따내면서 민간부문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사립대학교 기금 위탁운용을 맡은 최초 사례였다.
인력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미 6~7명을 채용하는 등 올해에만 10명 이상의 전담인력을 보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금투자풀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으로 가입대상을 적극 확대하고 있어 운용자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7월에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완전위탁형 기금관리제도 도입도 추진하면서 이를 평가항목에 추가했다. 완전위탁형 기금관리는 자산운용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규모기금의 자금을 온전히 위탁받아 자산운용 모든 주기를 맡는 제도다.
완전위탁형제도 관련 배점은 7점으로 크지 않지만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완전위탁형제도 운용능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개별 기금을 전주기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력풀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담인력이 풍부한 삼성자산운용이 유리할 수 있다.
연기금투자풀 관계자는 “올해 완전위탁형 기금관리제도를 시범운용하고 있다”며 “2021년부터 수요조사를 거쳐 완전위탁형 기금관리제도를 전면 시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연기금투자풀은 정부부처 기금 여유자산의 운용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2001년 12월 도입됐다. 삼성자산운용이 단독으로 운용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복수 운용체제로 변경됐다.
이후 2021년 4월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국투자신탁운용 대신 주간운용사를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