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또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은 지난 4월 문책경고를 받고도 임기를 채운다는 입장을 고수해 금융감독원과 갈등을 빚었다. 김 행장이 이번에도 징계를 받고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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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준 하나은행장 |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하나은행 종합검사와 KT ENS 관련 부실대출 및 불완전판매에 대해 제재를 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금감원은 KT ENS 부실 대출 및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검사를 2주 전에 마친 뒤 이달 말에 열릴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릴 계획이었으나 민감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다음달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KT ENS 관련한 부실대출에 대한 제재에서 하나은행의 경우 문제가 크기 때문에 김종준 행장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며 “김 행장에게 주의적경고 조치 수준의 경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와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구분된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향후 3~5년 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하나은행은 KT의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에 1천600억 원 정도의 대출사기를 당했다. 하나은행은 1천억이 넘는 거액의 금액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확인절차 없이 대출된 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출사기 사건으로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익이 1천9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감소했다.
금융권은 금감원이 김 행장에 대한 추가제재를 통해 자진퇴진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행장의 거취를 놓고 김 행장과 금융당국은 갈등을 빚어왔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당시 저축은행 부당지원과 관련해 지난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김 행장이 스스로 물러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김 행장은 내년 3월까지 연장된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가 김 행장을 옹호하면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사이의 갈등으로 번졌다.
금감원은 김 행장에게 자진퇴진 압박을 지속적으로 넣어왔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징계내역을 조기에 공개하며 자진퇴진을 우회적으로 압박했지만 김 행장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뒤 김 행장이 받은 성과급과 관련해 또 한차례 갈등을 빚었다. 금감원은 김 행장이 제재위원회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4월16일 하나캐피탈 사장 재직시절의 성과와 관련해 78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부적절한 성과급’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김 행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추가제제를 받을 경우 행장 자리를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행장이 추가징계를 받게 되면 아무래도 내부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장이 제재를 잇따라 받고 자리를 유지한 선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와 경징계를 떠나 최고경영자가 제재를 연속으로 받는다는 것은 조직을 이끄는 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 인사들은 금감원이 민간 금융사 인사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