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현대L&C가 최근 액면분할과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 수를 기존 54만 주에서 1620만 주로 30배 확대한 것을 두고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상장기업이 유통주식 수를 늘리는 것은 주식이 일정 수 이상이어야 거래량이 유지되고 주가도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L&C와 같은 비상장사가 주식의 수를 늘린 것은 상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자본금 확충 및 중장기 발전을 위해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L&C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패한 인수합병(M&A)으로 평가받았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현대L&C(당시 한화L&C) 지분 100%를 3680억 원에 인수했는데 현대L&C는 2018년 순손실 89억 원을 내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에도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순이익이 28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대L&C는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인테리어 수요의 급증으로 2020년 영업이익 379억 원, 순이익 178억 원을 거두며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2021년 1분기에도 순이익 80억 원을 내는 등 성장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홈쇼핑은 본업보다는 주요 종속회사의 실적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현대L&C 실적을 높게 보고 있다”며 “현대L&C는 국내업황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그룹사 시너지 및 생산라인 증가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현대홈쇼핑 실적을 이끌 요소다”고 분석했다.
현대홈쇼핑의 본업인 홈쇼핑사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성장이 정체돼 있다.
현대홈쇼핑은 2017년 처음으로 연매출 1조 원을 넘었는데 2020년에도 매출 1조 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홈쇼핑은 홈쇼핑 외에 자회사 현대렌탈케어를 통해 렌털사업에 진출하는 등 신사업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완전자회사인 현대L&C를 상장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에 더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정교선 부회장과 형 정지선 회장이 ‘형제경영’을 한지 10여 년이 됐지만 언젠가는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계열분리를 한다면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사업을 맡고,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 등 기타 유통사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교선 부회장은 2008년부터 현대홈쇼핑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분 측면에서도 사실상 현대홈쇼핑을 지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지분 23.8%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인데 현대그린푸드는 현대홈쇼핑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를 보유한 2대주주이고 현대백화점을 통해 현대홈쇼핑 지분 15.8%를 보유하고 있어 정교선 부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하지는 않지만 향후 지분교환 등을 통해 ‘정교선-현대그린푸드-현대홈쇼핑’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체제를 만들 수 여지는 충분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8년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계열사간 순환출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는데 이는 계열분리를 위한 초석을 깔아놓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은 전혀 제기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