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을 강화하는 데 고삐를 죄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역량 강화는 현대자동차그룹 미래차 경쟁력뿐 아니라 현대오토에버의 미래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요소로 꼽힌다.
▲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 확대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단단히 하는 데 필요한 자금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15일 현대오토에버에 따르면 4월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통합한 뒤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00년 설립 뒤 현대차그룹 시스템통합(SI)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현대차그룹 내 소프트웨어 계열사를 통합한 뒤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올해에만 500명 이상 규모의 개발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 아래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채용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오토에버 본사 전체 직원이 현재 2289명에 이른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서 대표는 올해만 전체 인원의 20%가 넘는 개발인력 보충을 통해 공격적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사업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 대표는 7월28일 인베스트먼트데이 온라인행사에서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확대와 통합 개발환경 플랫폼 구축, 클라우드 기반의 차량 연동서비스를 중점으로 사업을 키우겠다”며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약 2천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래 모빌리티로 넘어갈수록 차량용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개발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만 살펴봐도 소프트웨어가 제어해야 하는 반도체나 부품들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에서 핵심 소프트웨어업체로 거듭남에 따라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첨병 역할로서 성장성 등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서 대표가 차량용 소프트웨어사업 역량을 높여 현대오토에버 기업가치를 확대하는 일은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 회장의 자금줄이 될 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오토에버 지분 7.33%를 보유하고 있다.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2473억 원가량 규모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에 있는 현대모비스를 향한 정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이 있다. 현재 정 회장이 쥔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머문다.
정 회장이 지배구조와 무관한 계열사 보유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등 핵심계열사 지분을 늘려 지배구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가 상장하던 2019년 3월 보유지분 가운데 일부를 팔아 1천억 원가량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물론 정 회장이 확보한 계열사 지분 가운데 현대글로비스 지분(23.3%)가치가 1조6천억 원가량으로 가장 크다.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11.7%)을 통해서도 1조 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물류와 해운업을 주력으로 하는데 기업가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자칫 휩싸일 수 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와 건설업종으로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선이 많다.
이와 달리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전략인 미래모빌리티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정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오토에버 기업가치 확대는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배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서 대표가 최근 인베스트먼트데이 온라인행사에서 공격적 경영목표를 내놓은 것도 이런 점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차랑용 소프트웨어 등 미래사업을 키워 2026년 현대오토에버 매출목표로 3조6천억 원을 제시했다. 증권업계에서 올해 현대오토에버 매출을 2조 원가량으로 전망하는 점을 고려하면 외형을 1.5배 키우겠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뛰어난 서비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만이 글로벌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회사가 바로 현대오토에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