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HMM 노사는 11일 임금협상 4차 교섭을 진행하는데 파업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4차 교섭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고 결렬되면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파업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하는 반면 회사는 임금 5.5% 인상에 격려금 100% 지급을 제시해 시각 차이가 크다.
노조의 요구는 HMM의 좋은 실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르면 12일 HMM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발표되는데 1조5천억 원 수준의 사상 최대규모가 예상된다. 해운업황이 호조인 반면 HMM의 임금 수준은 업계 경쟁사보다 낮다며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에도 회사가 선뜻 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HMM은 아직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데다 3조 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지나친 임금인상은 자칫 방만경영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HMM으로서는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HMM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지분을 25%까지 늘려 최대주주에 올랐다.
산업은행은 관리회사의 임금협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이는 한국GM, 대우조선해양 등 과거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은 노조의 지나친 요구와 파업 예고 등에는 비교적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HMM 사태에서도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올해 1월 쌍용차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기업이 매년 노사협상을 통해 파업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런 일은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HMM과 좀 더 비슷한 사례로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2018년 회사 흑자를 이유로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파업을 진행했을 때도 이 회장은 “파업은 불상사”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 회장은 당시 “노조의 노력은 알지만 일시적 흑자에 따른 과도한 요구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는 2~3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HMM이 창사 45년 만에 첫 파업을 맞을 수도 있는 현재 상황이 과거 사례들과는 다소 다르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 회장이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 HMM 노사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국적 원양선사인 HMM이 파업을 하게 되면 수출 물류대란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MM 파업이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난다면 산업은행과 이 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정부가 최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점도 이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6월 말 기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대개편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을 발표했다. 당장 2021년에 해운업 매출을 40조 원까지 늘리는 게 목표인데 HMM이 파업에 들어가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근 해양수산부와 해양진흥공사가 HMM 임금협상 중재안을 산업은행에 전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구체적 인상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노사가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혀 비교적 전향적 태도를 나타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