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의 개편안을 조만간 내놓는 데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온라인 중개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서면서 부동산 중개업계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한 부동산에 임대 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연함뉴스> |
8일 공인중개업계와 국토교통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이달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내놓기 위해 막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권익위원회가 제시한 4가지 권고안 가운데 1안과 2안을 중심으로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안은 현재 5단계인 거래금액 구간표준을 7단계로 세분화하고 구간별 고정요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2안은 1안과 동일하게 7단계 구간별 고정요율을 적용하지만 매매일 때 12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 임대일 때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대상으로는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3안은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단일요율제나 단일정액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며 4안은 매매·임대 구분 없이 0.3~0.95 요율 안에서 협의를 통해 중개보수를 결정하는 방안이다.
현재 중개수수료는 주택가격과 매매·임대 등 거래 형태에 따라 0.4~0.9%의 요율을 곱해 정한다.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9억 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는 0.9%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최대 900만 원을 중개수수료로 낸다.
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1안이 도입되면 10억 원 아파트를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가 550만 원으로 낮아진다.
공인중개사들의 수입이 현재보다 크게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 수수료 체계개편의 필요성에는 어느정도 공감하면서도 중개수수료를 무작정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박용현 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7월 말 이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수수료 조정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여 거래사고가 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춘 뒤 중개보수가 적정한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중개수수료부터 무작정 낮추면 서비스의 질이 덩달아 낮아지고 수천, 수억 원의 거래가 오가는 상황에서 거래사고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개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다는 주택 수요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권익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중개수수료 개편안 마련에 나섰다.
권익위원회는 2월 국토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주택의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자료를 보면 올해 7월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2500만 원에 이른다. 중위가격은 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국토부는 권익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부동산 수수료 개편안을 7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부동산 중개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개선안 발표를 미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온라인 중개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서면서 기존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직방은 온택트파트너스를 출범하고 온라인으로 중개사업을 하겠다고 6월 발표했다.
직방은 온택트파트너스를 통해 거래되는 부동산 매물의 거래 수수료를 제휴 중개사와 절반씩 나눈다는 방침을 세워 이를 두고 공인중개사협회는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1위업체가 가진 막대한 자본과 정보력으로 영세한 중개업자의 몫을 절반 뺏아가는 형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6일 '2021년도 제4차 지부장 회의'를 열고 국토부의 중개보수 관련 협회의 대응방안과 부동산 플랫폼업체의 중개업 진출을 두고 논의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공인중개사협회는 회원들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중개보수 개편안이 중개업계 실정을 최대한 반영한 실질적 개편안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