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넘버원 금융 플랫폼이 되고 싶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줄곧 내세워온 목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상장 첫날 금융권 '대장주'인 KB금융지주 시가총액을 10조 원이 넘는 차이로 따돌렸다.
윤 회장이 KB금융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전환에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시가총액 33조 원을 넘기면서 주요 은행들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카카오뱅크 '거품론'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는데 카카오뱅크 상장 첫날 주가의 상승세를 보면서 플랫폼의 힘을 절감했다"며 "시장의 평가는 냉혹한 만큼 기존 은행들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변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상한가를 보이며 종가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3만9천 원에서 79%가량 오른 수준이다.
시가총액 규모로는 33조 원을 넘어선다. 약 21조 원 규모로 전통금융권 최대 시가총액을 보이고 있는 KB금융그룹을 10조 원 이상 격차로 따돌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 상장전 공모가와 시장의 기대감을 두고 지나친 고평가라는 시선도 나왔지만 결국 시장은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에 손을 들어줬다.
현재 은행 내부에서는 뼈를 깎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2~3년 안에 플랫폼기업의 하청업체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금융회사의 핵심가치를 유지하되 완전한 디지털조직, 금융 플랫폼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계열사들에 디지털 전환을 재촉해왔다.
이를 통해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 플랫폼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윤 회장의 목표다.
구체적으로 윤 회장은 올해 초 3T(트래픽, 머무르는 시간, 거래) 관점에서 그룹 핵심 금융 플랫폼(스타뱅킹, 리브메이트, 마블 등)을 혁신하고 데이터 기반 디지털마케팅을 통한 통합 고객관리체계도 수립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현재 주요 계열사들에서 플랫폼을 혁신하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10월 KB스타뱅킹을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한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를 개선하는 방안도 이번 개편에 포함된다.
이번 개편을 통해 새로운 KB스타뱅킹은 보험, 은행, 증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관리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KB스타뱅킹은 KB국민은행의 뱅킹앱으로 KB금융그룹을 대표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2020년 말 기준으로 KB스타뱅킹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804만 명이다. 1년 전보다 12.5% 증가했다.
평가업체마다 결과값에 편차가 있지만 전통 금융회사 가운데서는 이용자 수 기준으로 꾸준하게 1위를 보이고 있다.
KB스타뱅킹이 윤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전환의 든든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다만 플랫폼 기업과 비교해서는 이용자 측면에서 한참 열세다. 향후 이용자를 늘리고 이들과 격차를 좁히는 것이 윤 회장의 과제다.
NH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4월과 5월, 6월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앱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1037만 명이고 토스는 1061만 명으로 집계됐다. KB금융그룹의 월간 이용자 수는 800만 명에 못 미친다.
이밖에 KB증권은 마블의 초·중급자용 버전 개발을 최근에 마치고 이달 중순 공식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공개된 버전을 살펴보면 실시간 주식방송과 자산관리서비스 등 콘텐츠를 담아 단순 거래뿐 아니라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에 더해 간편한 구성과 거래방식으로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부터 KB금융그룹에 새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도 민기식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올해 '옴니청약', '원라이브러리' 디지털플랫폼을 활발히 내놓으며 대면중심의 영업과 디지털기술을 결합하는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에 대장주 자리를 내주면서 KB금융그룹 안에서는 위기감이 역력한 분위기지만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수혜도 받는다.
현재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주식 3809만7959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율은 8.02%로 3대 주주지위에 올라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보인 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투입한 자금 2335억 원을 제외해도 2조 원 이상의 지분평가이익을 얻게 된다.
향후 주식을 처분하더라도 차익은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돼 순이익에는 반영이 안되지만 자본비율이 늘어나면서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 개선효과를 크게 볼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