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1-08-05 15: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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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를 크게 늘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 판매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는데 정의선 회장은 신차와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친환경차 판매비중을 높이며 수익성 확대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7월 미국에서 도매기준으로 완성차 14만4천 대를 팔아 일본 토요타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판매 3위에 올랐다.
미국 포드와 다국적기업 스텔란티스, 일본 혼다 등 주요 자동차기업을 제쳤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월별 판매 3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7월 미국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 11.1%를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의 제품 경쟁력이 올라간 것과 함께 포드 등 경쟁업체가 2분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차질을 겪은 점도 미국 판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하반기 주요 경쟁업체의 생산이 정상화하면 현대차와 기아 판매 증가세가 주춤할 가능성도 나온다.
정 회장 역시 하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 증가세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1일 미국 출장과 일본 도쿄올림픽 양궁경기 응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해외 모빌리티시장을 어떻게 봤냐’는 질문을 받자 “차 판매는 지금 매우 잘 되고 있고 미국은 고점을 찍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하반기 판매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도 현대차와 기아의 수익성 확대 흐름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과거 박리다매에서 벗어나 제값받기를 하며 수익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아는 2분기 영업이익률 8.1%를 내는 등 이전과 다른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며 “좋은 제품, 효율적 관리력, 브랜드력이 시너지를 내고 제값받기, 고정비 절감 등을 실현한 결과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해외 평균판매단가(ASP)로 각각 2만3300달러와 1만8700달러를 보였다. 1년 전보다 각각 19%와 3%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수익성 확대의 중심에는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가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9년부터 3세대 전륜구동 기반 플랫폼, 3세대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과 이를 변형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플랫폼 등 신형 플랫폼을 적용해 신차를 만들고 있다.
플랫폼은 차체를 구성하는 기본 뼈대와 차량 하부의 주요 부품인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연료장치, 공조장치, 조향장치, 배기장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차량의 정숙성, 승차감, 안정성, 디자인 자유도 등 기본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그룹은 3세대 플랫폼을 개발하며 경량화, 안전성 강화, 낮은 차체 등 성능 개선을 추구하면서도 차종이 달라도 부품 공유를 통해 원가절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표준화와 모듈화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현대차그룹은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부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대거 적용해 안전성과 상품성을 높였는데 이에 따라 출시가격도 올려 수익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에도 미국에서 신차효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7월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판매를 시작했고 기아는 4세대 카니발이 7월에도 판매기록을 새로 쓰며 큰 인기를 끌었다. 카니발은 미국에서 재고가 가장 낮은 모델로 알려졌다.
▲ 현대차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현대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도 월마다 판매기록을 새로 쓰며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제네시스는 기본적으로 차 가격이 비싼 만큼 수익성 확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수익성에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7월까지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5만610대를 포함해 친환경차 6만1133대를 판매했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205% 늘었다.
하이브리드만 놓고 봐도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10% 이상 비싸다. 앞으로 미국에서 아이오닉5와 EV6 판매를 시작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전용 전기차의 원가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현대차와 기아의 가장 큰 시장으로 전체 실적에 가장 큰 영향 미칠뿐더러 정 회장이 직접 챙기는 시장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올해만 미국 출장을 3번 다녀왔다.
증권업계는 현대차와 기아가 하반기에도 미국에서 좋은 수익성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현재 미국시장 성과는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개선요인에 따른 것이다“며 ”하반기 포드의 생산 안정화 이후에도 미국에서 좋은 상황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하반기 미국시장 상황을 나쁘게 보지 않고 있다.
김태성 현대차 글로벌판매관리사업부장 상무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미국에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의 성공적 출시를 통해 친환경차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판매의 질적 성장, 판촉비 축소, 고수익모델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계속해서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조상현 기아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상무는 “현재 보유 재고와 제품 생산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하반기 미국에서 상반기 수준의 점유율 유지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출시한 쏘렌토와 카니발의 호조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