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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롯데, 신격호의 롯데와 무엇이 다를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3-07 18: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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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의 롯데, 신격호의 롯데와 무엇이 다를까  
▲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권력투쟁은 정치투쟁과 동의어로 일컬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란 권력을 획득하고 분배하고 행사하는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것이다.

칼 슈미트는 정치의 본질이 적과 자기편 사이의 대립관계에 있다고 봤다.

같은 의미에서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다툼도 권력투쟁일 뿐이며 승자는 기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지난해 7월 터진 뒤 마침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신동빈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한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 주총을 통해 신동빈 회장을 몰아내고 경영권 회복을 시도했으나 결국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재계는 물론이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온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회장이 원톱 리더로서 입지를 굳히는 것으로 정리수순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25일 롯데제과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며 그밖의 주요 계열사들에서도 줄줄이 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한 뒤 49년 만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롯데왕국’을 세운 창업자의 불우하고 쓸쓸한 퇴장인 셈이다.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묘한 데자뷰를 일으킨다. 물론 역사나 드라마속 인물이 아니라 권력의 속성과 투쟁의 과정, 인간의 욕망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 건국을 이끈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등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팩션이 가미된 드라마다. 종영까지 얼마 안남은 지금 이 드라마는 최근 정도전과 이방원이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서며 역사 속 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극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결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국가 형성기 리더십을 둘러싼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도전은 왕의 절대권력을 약화시키고 최소한의 인사권 정도만을 행사하는 상징적 존재로서 역할에만 그쳐야 한다고 본다. 한 개인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신하(사대부)가 집단중심체제로 국가를 경영하는 이상적 유교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반면 이방원이 추구한 리더십은 왕이라는 한 개인을 중심으로 절대권력의 완성에 있다. 역사가 이미 스포일러인 탓에 우리는 이방원이 역사적 승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신동빈의 롯데, 신격호의 롯데와 무엇이 다를까  
▲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스틸컷.
그러나 리더십을 둘러싼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결이 오늘날에도 현실정치뿐 아니라 기업경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본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성계는 이방원이 태종으로 실권을 장악하면서 뒷방 늙은이로 전락해 얼마간의 여생을 보내다 쓸쓸히 죽어간다.

이방원은 정도전식 이상을 거부하고 1, 2차 왕자의 난을 거쳐 명실상부한 절대권력으로 부상한다. 태종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으로 엇갈린다. 지나간 역사를 놓고 다양한 가정도 제기될 수 있다.

과거 같은 역사를 소재로 한 ‘용의 눈물’이나 ‘정도전’ 등의 드라마와 달리 최근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의 젊은 성장기를 그리는 과정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이방원의 사적인 권력욕에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방원이 건국과정에 적극 참여해 일정정도 기여했던 대목도 권력투쟁의 강력한 동인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난한 권력투쟁의 승자는 태종 이방원이었으며 그가 주도했던 유혈 쿠데타도 결과적 정당성이 부여됐다. 물론 정도전이 꿈꿨던 시스템이 작동하는 리더십은 조선왕조 500년을 거치면서 외형적으로는 단 한 차례도 실현되지 않았다.

역사적 가정을 차치하고 훗날 태종으로서 이방원이 조선 초기 기틀을 다지고 정도전의 개혁적 이상도 일정정도 제도적으로 실현한 데 대해 이견은 없는 듯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뛰어난 한 개인의 성취가 시스템을 넘어선 사례도 부정할 수 없다.

롯데그룹으로 다시 눈을 돌려보면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와 형을 상대로 한 권력투쟁에서 승자로 우뚝 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앞으로 이끌 롯데그룹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롯데그룹은 경영권을 둘러싼 집안 싸움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무소불위 '손가락 경영'과 오너 중심의 불투명하고 취약한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혹독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이 원톱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가신그룹에 휩싸여 신격호 총괄회장과 같은 전근대적 경영을 하는 대신 롯데그룹을 투명경영과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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