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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삼성전자 서버에 저장되는 개인정보는 무사한가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6-03-07 17: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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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와 사생활은 어떤 경우라도 보장돼야 할까? 다수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면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을까?

과연 어느 쪽이 정의로운 결정일까?

이는 애플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신경전으로 시작해 전 세계로 뜨겁게 확산되고 있는 논란의 핵심주제다.

  애플과 삼성전자 서버에 저장되는 개인정보는 무사한가  
▲ 팀 쿡 애플 CEO.
애플의 대답은 단호하다. 애플은 전세계 공식 홈페이지에 "우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 개인의 사생활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내걸었다.

FBI는 2월16일 애플에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대량 살인범의 아이폰을 잠금해제할 수 있도록 보안장치 우회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라는 요청을 보냈다.

팀 쿡 애플 CEO는 이튿날 "미국 정부는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청을 보내고 있다"며 "절대 응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애플이 미국 정부의 명령에 반기를 든 이후 세계에서는 찬반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으로까지 번져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회의 테러방지법 표결을 앞두고 비슷한 논란이 발생해 아직도 팽팽한 여론전이 벌어지고 있다.

2일 국회에서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 통신사와 금융거래분석원으로부터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자료를 제공받아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표결을 앞두고 9일에 걸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이어가며 격렬한 반대를 이어갔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국민의 통신정보와 금융정보를 무한대로 가질 수 있게 과도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애플과 FBI의 공방, 또 국내의 여당과 야당 사이의 공방은 모두 조지 오웰의 장편소설 '1984'(민음사)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뼈대로 하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빅브라더는 소설에서 국가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자로 등장하며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시민의 사생활과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개개인에 대한 감시를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행하는지는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아무튼 그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감시의 선을 꽂을 수 있다."

1984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위 구절은 FBI가 요구하는 애플 잠금해제 소프트웨어와 국정원의 통신기록 열람 요청 권한이 가져올 잠재적 결과에 대한 우려를 함축하고 있다.

FBI와 국정원은 모두 미래의 테러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휴대폰 사용자의 개인정보 열람 권한을 요청하고 있다. 즉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목적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개인의 인권과 공공의 이익을 놓고 벌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해묵은 싸움거리이기도 하다. 또 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진부한 주제다.

  애플과 삼성전자 서버에 저장되는 개인정보는 무사한가  
▲ 조지 오웰의 '1984'(민음사).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던 '프리크라임'부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등장하는 '프로젝트 인사이트'까지, 미래를 예측해 위험을 제거하겠다는 영화 속의 수단은 모두 악인의 몫이다.

물론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애플과 이해관계가 얽힌 유명 기업들이 애플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해서 우리가 우세한 의견을 꼭 따라야 할 이유는 더욱 없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우리가 개인정보 관리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되짚어 보도록 만든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사진과 연락처, 주고받은 메시지 등 사생활이 모두 스마트폰 단말기를 넘어 누가 관리하는지 실체를 알 수 없는 클라우드서버에 저장되는 이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개인정보 수집과 관리에 대한 이용약관을 읽어보지도 않고 동의하고 넘어가 버린다. 스마트폰에 담긴 개인정보를 국가 기관이 열람할 권한을 획득해서는 안 되지만, 애플 또는 삼성전자의 서버에 저장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그레이그 페데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총괄 겸 부사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애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랑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만드는 것인 만큼 취약점이 발견될 여지는 충분하다"며 "FBI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이러한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이상 우리는 국정원이나 FBI에도, 애플이나 국내 기업들에도 개인정보를 '믿어서'가 아닌 어떠한 이유로든 '필요해서' 맡길 수밖에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활용되는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1984의 역자 정회성씨는 "첨단의 정보화 시대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해주지만 사생활의 공간을 위협해 우리의 자유를 제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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