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D램뿐 아니라 낸드사업에서도 이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올해 안으로 인텔의 중국 공장 인수가 마무리되면 시너지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LG전자는 7월 스마트사업 공식 종료 뒤 전장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로봇사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커질 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막 성장하는 메타버스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KT도 전문 벤처기업들과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품질 논란이 이는 5G통신시장에서 KT가 처음으로 5G단독모드 상용화에 나섰는데 시장판도에 어떤 변화가 일지 시선이 쏠린다.
<반도체 전자>
◆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두고 상반기까지 시장을 지배했던 낙관론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부족으로 스마트폰과 PC생산이 줄어 메모리 수요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서버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고성능 컴퓨팅(HPC)시장에서 메모리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컴퓨팅용 메모리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장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컴퓨팅시스템에서 효율성을 높여주는 체계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에 쓰이는 D램기술의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제품 판매를 늘리고 D램의 성능을 높이는 D램 모듈용 전력관리반도체를 내놓아 시스템반도체사업을 통한 메모리의 측면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사업에서는 3분기 내 출시가 예상되는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신제품을 향한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는 2분기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에서 1위는 유지했지만 샤오미 등 중국업체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특히 중국업체들은 중저가제품뿐 아니라 프리미엄제품 비중도 키워가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다시 프리미엄제품에서 중국업체와 격차를 벌일 무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보상판매 강화와 가격 인하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이용하도록 총력을 기울 것으로 보인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메모리와 스마트폰과 달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삼성전자를 둘러싼 시장환경이 험난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이 파운드리시장에 뛰어들며 삼성전자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미 삼성전자의 외부 최대 고객인 퀄컴을 새 고객사로 끌어 들였다. 첨단공정을 가다듬으며 네덜란드 반도체장비기업 ASML이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쟁탈전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세계 파운드리업계 3위권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도 미국 파운드리 투자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인수 움직임이 빨라질 지 눈길이 쏠린다.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에게 낸드플래시사업은 D램과 달리 미운 오리새끼였다. 하지만 낸드사업이 백조로 탈바꿈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낸드사업에서 11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3분기부터 영업이익을 거두며 분기별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며 올해 3분기 낸드 가격은 2분기보다 평균적으로 5~10% 비싸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업계에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비롯한 낸드 제품의 가격 강세가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당분간 공급부족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번 돈으로 낸드 사업의 손실을 메우는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는데 앞으론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말 인텔의 중국 낸드공장 인수를 마무리하면 D램뿐 아니라 낸드에서도 단순 점유율 합산 기준 2위로 올라서며 규모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중국 최대 낸드업체 YMTC가 모그룹의 파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공장을 앞세워 중국에서 위상을 더 높일 공산도 크다.
다만 D램에서는 3위 업체 미국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세다.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혀 오면서 기술력에서도 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7월부터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10나노미터급 4세대(1a) D램의 양산을 시작했는데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시장 점유율 수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반도체칩을 포장해 제품화하는 패키징기술의 첨단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 제품 성능을 개선하고 원가도 낮출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
LG전자가 7월을 끝으로 스마트폰사업을 공식 종료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의 빈자리를 전장사업으로 채워 미래 성장성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LG전자 VS(전장)사업부는 2015년 개별사업부로 독립한 뒤 2016~2020년 5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봤다. 하지만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분기단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 수익성 확대구간에 진입해 내년부터는 전체 실적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LG전자는 2021년 VS사업부 전체 수주잔고 목표로 60조 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10년치 일감을 채워두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더구나 LG전자와 캐나다 전장부품회사 마그나의 합작사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이 7월 공식 출범해 전장사업 확대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전장사업과 함께 로봇사업이 LG전자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감할 가능성도 있다.
LG전자 로봇사업은 BS사업본부(기업 사이 거래, B2B)가 담당한다. BS사업본부의 주력제품은 상업용 디스플레이인데 서비스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로봇사업의 비중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B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결기준 LG전자 전체 매출 63조2620억 원 가운데 6조75억 원(9.5%)을 차지했다. LG그룹의 신사업으로 각광받는 전장사업(VS사업본부, 9.2%)보다 매출비중이 더 컸다.
살균로봇, 서빙로봇, 배송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로봇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BS사업본부의 역할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올해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3년 만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과 달리 주력제품의 가격 상승이 아닌 사업부의 이익창출 능력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영업이익률은 14%대로 지난해보다 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부가제품 집중전략이 주효한 덕분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전방산업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았지만 주력제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모듈 등에서 고사양 제품의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했다.
스마트폰 생산이 하반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제조사들이 하이엔드 제품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런 만큼 삼성전기의 고사양 주력제품의 사업전망도 밝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확대 흐름에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고사양 카메라모듈 고객사를 스마트폰제조사뿐 아니라 전기차 회사로도 늘려갈 공산이 커 보인다.
이뿐 아니라 중국 텐진에 지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신공장이 양산에 들어가면 삼성전기 전체 매출에서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의 비중이 올해 8%에서 2024년 20% 이상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사양제품 집중전략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이어온 비주력사업의 정리작업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에서는 삼성전기가 베트남 경연성회로기판공장의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LG이노텍
LG이노텍 목표로 내세운 ‘2025년 영업이익 1조 원’이 4년이나 앞당겨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와 마찬가지로 '선택과 집중'이 그 비결인데 올해 처음 영업이익 1조 원대에 진입해 LG그룹에서 LG이노텍의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 고밀도회로(HDI)기판을 비롯해 시장 경쟁이 심하고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카메라모듈과 반도체기판 같은 잘 되는 사업에 집중했다.
LG이노텍이 생산하는 카메라모듈은 주로 글로벌 기업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된다. 애플이 아이폰 등 모바일기기의 성능 강화를 꾀하면서 자연히 LG이노텍에 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통신용 반도체기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전장부품사업도 올해부터 연간으로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해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이 LG전자, LG화학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LG이노텍 전장부품부문의 실적 정상화는 의미가 작지 않다.
영업이익 1조 원은 LG이노텍이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잡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기업은 지주회사 LG를 제외하면 LG전자와 LG생활건강, LG화학 3곳뿐이다.
앞으로 LG이노텍도 이 기업들과 함께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합류해 LG그룹의 성장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 SK텔레콤
SK텔레콤은 10월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전문 중간지주사와 통신사업회사로 분할한다. 시장이 정체된 통신사업회사의 성장성을 높고 고민이 많다.
이에 SK텔레콤은 5G시대 사업성이 커지고 있는 메타버스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이를 통해 MZ세대 집중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는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활동 등 디지털환경에 익숙해 B2C(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거래) 메타버스시장을 이끌 핵심 소비자층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이다. 가상공간에서 3차원 캐릭터인 아바타를 통해 현실세계에서와 같이 다양한 활동과 교류를 한다.
SK텔레콤은 5G와 가상현실, 증강현실, 콘텐츠분야 인프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에서 선두주자에 서겠다는 목표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앞세워 메타버스사업 강화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이프랜드는 SK텔레콤의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버추얼밋업’의 사용자 환경과 콘텐츠 등을 업그레이드해 내놓은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소셜 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아바타 소스를 제공해 소통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
가상세계에 친숙한 MZ세대부터 공략해 이제 막 형성되는 국내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타버스는 처음에는 온라인 게임과 소셜 커뮤니티활동 등이 중심이 됐지만 최근에는 쇼핑, 교육, 금융, 전시, 부동산, 건설 등 다양한 산업영역으로 확산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시장 규모는 2021년 34조 원에서 2024년 330조 원으로 가파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SK텔레콤의 음악서비스 플로도 자체제작 오디오콘텐츠를 앞세워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 공략에 힘을 싣는다. 오디오 콘텐츠는 10대부터 30대,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과 같이 귀로 듣는 콘텐츠를 말한다.
메타버스를 비롯한 콘텐츠 플랫폼사업에서 MZ세대를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는 SK텔레콤 통신사업회사의 기업가치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KT
KT가 7월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첫 번째로 5G단독모드를 상용화하면서 5G시장 주도권을 차지할 지 주목된다.
5G단독모드는 현재 국내 이통사들이 5G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인 LTE망과 5G망을 함께 사용하는 비단독모드(NSA)보다 진화한 기술로 평가된다.
5G단독모드서비스로 일반고객들에게는 더욱 빠른 반응속도를 제공하면서 배터리 소모량을 줄여줄 수 있다. 5G의 특성인 ‘초저지연성’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KT는 5G기술력 등 부분에서 선두기업의 이미지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전체 이동통신시장으로 보면 SK텔레콤에 이은 2위 사업자지만 5G에서는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KT는 올해 5월 기준으로 기존 휴대폰 가입자 대비 5G보급률이 33.5%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힘입어 KT는 무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2019년 1분기부터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T가 KT엔터프라이즈라는 별도의 브랜드까지 내놓고 힘을 싣고 있는 B2B(기업 사이 거래)시장에서는 지연이 없는 5G단독모드 도입의 이점이 더욱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5G품질을 놓고 고객들의 품질 불만이 높은데 실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내려받기 속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는 계열사 합병을 통해 커머스사업의 판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KTH가 KT엠하우스를 흡수합병해 출범한 KT알파가 온라인 쇼핑, 라이브커머스, 해외직구 대행 등 커머스사업 관련 솔루션시장에서 성과를 낼 지는 KT가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KT는 메타버스분야에선 전문 벤처기업들과 손 잡고 생태계 활성화에 나선다.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B2B에 좀 더 힘을 주는 모양새다.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 초기부터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기술을 적용한 콘텐츠사업의 잠재력을 높이 보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였는데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메타버스시장에서 5G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신사업추진단을 세분화해 7월 새롭게 개편한 콘텐츠플랫폼사업단에서 확장현실(XR), 증강현실, 가상현실기술을 도입한 메타버스서비스 개발에 고삐를 죈다. 콘텐츠플랫폼사업단은 CEO 직속조직인 만큼 메타버스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부터 메타버스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가수 등 아티스트들의 콘텐츠에 특화한 아이돌라이브 애플리케이션(앱), 프로야구와 골프 등 스포츠 콘텐츠앱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메타버스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메타버스부문에서 LG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지분투자도 확대한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투자에 경쟁사들과 비교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메타버스에서 만큼은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LG유플러스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한다면 콘텐츠 강화전략에도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