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대출사업을 시중은행급으로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개인신용대출사업을 넘어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대출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뚜렷한 차별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2021년 말 은행 가계대출의 최대 승부처인 주택담보대출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모든 대출 진행 과정의 비대면화가 가능한지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시장진입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데 최근 우리은행이 ‘우리WON주택대출’을 출시하며 그 가능성이 입증됐다.
우리은행은 4일 영업점 방문없이 신청부터 실행까지 주택담보대출의 모든 과정을 모바일앱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우리WON주택대출'을 내놓았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은 그동안 금융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었는데 우리은행이 과제를 푼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한 뒤 사실상 개인신용대출만 다뤄왔다. 2021년 초 기준 국내은행들이 보유한 전체 원화대출잔액 가운데 가계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254조3361억 원)에 불과하다.
윤호영 대표가 주택담보대출이나 중금리대출 등 대출영역 확장에 나서지 않으면 카카오뱅크의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신용대출에서 불과 4년 만에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2021년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약 20조3천억 원으로 6대 은행을 제외하면 SC제일은행 다음으로 가장 많다.
카카오뱅크의 개인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규모가 확대된 만큼 성장률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2018년 96.5%, 2019년 63.8%, 2020년 36.5%, 2021년 1분기 29%로 증가폭이 급감하고 있다.
윤 대표가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서비스로 확대하지 않으면 대출사업에서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먼저 출시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비교해 차별화를 내세우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7월21일 1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빅테크, 핀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은행의 디지털 채널, 플랫폼과 관련해 수세적, 방어적 태도가 아니라 개방적, 공격적으로 대응하자는 정책기조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상반기 시중은행의 전체 신규대출 가운데 비대면대출이 차지한 비중도 하나은행 86.3%, 우리은행 67.3%, 신한은행 61%, 국민은행 21.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가 확대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대출을 비롯한 중금리대출에서도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대출은 연체율이 높아 기존 은행도 애를 먹어온 분야인데 윤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카오뱅크의 대출신용평가시스템(CSS)을 내세우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6월27일 한국신용데이터와 함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데이터기반중금리시장혁신준비법인(중금리혁신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개인사업자에 관한 신용평가는 주로 사업주의 개인 신용정보에 근거하고 있어 사업체가 지닌 유·무형의 경쟁요소 등은 신용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데 이를 보완하겠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얼마나 전문성을 갖췄는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보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개인신용대출 내 중금리대출 비중은 10% 수준으로 아직 은행 평균수준인 20~24%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 영업점의 지역망을 이용한 시중은행과 영업경쟁에서 밀리는 약점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영업자대출 시장에서 이미 지역망을 촘촘하게 갖춘 기존 은행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냐는 것이다.
게다가 중금리대출시장에서는 이를 겨냥하는 금융업권이 늘며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권이 중저신용자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두고 있었는데 최근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시도에 따라 카드, 캐피털사 등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만의 혁신적 방식을 적용한 상품을 내놓으며 흥행을 이어왔는데 다른 대출시장에서도 과거와 같은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표는 모기업인 카카오 내부에서 인터넷은행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6주 적금', 이마트 제휴 적금, 카카오뱅크 미니 등 상품 개발을 지속하면서 흥행을 지속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