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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 적자 쿠팡, 그래도 김범석 도전이 의미있는 이유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3-06 1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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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천억 적자 쿠팡, 그래도 김범석 도전이 의미있는 이유  
▲ 김범석 쿠팡 대표가 지난해 11월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쿠팡의 혁신과 변화’을 주제로 대규모 채용 및 로켓배송 투자 계획 등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연구하라.”(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015년 9월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쿠팡의 성장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패턴 변화에 발 맞춰 오프라인 매장 출점보다 온라인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 2015년 ‘갤러리아면세점 63’ 프리오픈 행사에서)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도 20~30대 여성 고객이 주로 사는 몇몇 상품(기저귀 분유 등)을 활용해 관련 유아용품은 물론이고 신선식품까지 고객을 가져갔다. 우리는 왜 대응을 안 하고 방관하나.”(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2016년 3월 그룹 고위 관계자 전언)

최근 유통업계 최대의 화두는 쿠팡이다.

쿠팡은 2010년 8월 자본금 30억 원으로 설립된 소셜커머스업체다. 설립 첫 해 월 거래액이 채 2억 원도 안됐다. 그런 쿠팡이 2년 뒤 연 거래액 1조 원을, 5년 뒤 다시 2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쿠팡 신화'는 숫자에만 그치 않았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로부터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받아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자체 물류시스템과 인력에 기반한 ‘로켓배송’을 도입해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택배업계까지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런 김 대표가 위기에 처했다. 쿠팡이 지난해 4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6년 동안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물류센터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쿠팡의 적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격할인과 당일배송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외형매출을 늘리는 데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위메프나 티몬 등 소셜커머스에서 출발한 모바일쇼핑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2014년에도 1215억 원의 적자를 냈는데 지난해 4천억 원대의 적자가 사실이라면 적자규모가 3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하지만 매출성장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쿠팡의 매출은 2014년 3485억 원에서 2015년 1조5000억 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적자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봐야 한다.

쿠팡에 1조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는 2월10일 소프트뱅크의 실적발표에서 쿠팡의 경영상황을 언급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손 대표는 “쿠팡이 4배 이상 성장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강조하면서 특히 쿠팡의 리테일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0% 늘어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리테일 매출이란 쿠팡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쿠팡의 배송망을 통해 이뤄진 매출을 말한다.

쿠팡이 지난해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적자 4천억 원은 물론 적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적자는 '로켓배송' 등 자체 배송을 위해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쿠팡맨' 3600명으로 늘린 점이 크게 작용했다.

쿠팡이 지난해부터 시도한 로켓배송은 국내 물류업계에서 논란이 컸지만 모바일쇼핑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소비자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쿠팡맨도 비정규직이 태반인 택배기사들에 대한 이미지를 상당히 바꿔놓았다. 쿠팡 관련 기사 댓글에 깔끔한 정복을 입고 택배업에 자부심을 보이는 친절한 쿠팡맨을 칭찬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4천억 적자 쿠팡, 그래도 김범석 도전이 의미있는 이유  
▲ 김범석 쿠팡 대표.
쿠팡의 지난해 4천억 원대의 적자가 로켓배송과 쿠팡맨 운영 때문이라면 '의미있는' 적자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김범석 대표도 물론 적자가 아니라 투자라고 믿는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쿠팡이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데 어떻게 계속 가겠냐고 하지만 우리는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투자하고 있다. 쿠팡은 원래 생각했던 목표대로 잘 가고 있다. 엄청난 적자가 목표냐고 하지만 그것이 목표다. 모든 사람들이 쿠팡을 애용할 때까지 뛸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김 대표의 이런 생각이 훗날 사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쿠팡이 과연 지속가능한 기업인지를 의심스러워 하는데 대해 김 대표가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거액의 '실탄'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 수익을 내는 데 급급하고 경쟁자를 죽이면서 살아남는 데 익숙한 국내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쿠팡이 진짜 '문제기업'으로 보이는 이유다.

쿠팡의 위기설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한 곳을 떠올리게 한다. 알리바바에 이은 2위업체 제이디닷컴이다.

류창둥 제이디닷컴 CEO는 최근 중국 농촌지역에 드론배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드론배송에 나섰지만 중국인구 12억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지역에 거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혁신적이라기 보다 ‘어이가 없는’ 도전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매출증가율은 58%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익은 얼마나 내고 있을까? 제이디닷컴은 지난해 연간 회계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이 1조 원을 넘었다.

그런데도 제이디닷컴의 시가총액은 40조 원 가까이나 된다. 현대차 시가총액 38조 원보다 많다. 기업가치가 현재의 수익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최근 이마트로부터 최저가공세를 받고 있다. 이마트는 국내 대형마트업계 1위다.

쿠팡이 아무리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고 하지만 이마트에 비하면 쿠팡은 이제 설립 6년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에 불과하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이나 다름없다.

과연 이 ‘쩐의 전쟁’에서 김범석 대표는 쿠팡을 유지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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