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기예금의 금리인상 속도가 가파르다.
공모청약 반환금 등 시중 단기 유동자금을 유치해 중금리대출 등 여신 확대에 나서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 2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2.03%이다. |
2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정기예금(가입기간 12개월) 평균금리는 연 2.03%이다.
정기예금 금리는 4월까지만 해도 연 1.61%까지 떨어졌는데 석 달 동안 빠르게 상승해 23일 2.00%에 도달했다.
2020년 1월 초 이후 1년 반 만에 2%선을 회복했다.
최근 등록된 정기예금 가운데는 금리가 2% 중반에 이르는 상품들이 여럿 있다.
동원제일저축은행의 회전정기예금이 2.61%, 정기예금이 2.56%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 JT친애저축은행 비대면정기예금이 2.55%로 뒤를 잇는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2.51%, OSB·안국·스카이저축은행은 2.50%의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한다.
오투저축은행, 동원제일저축은행, 엠에스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CK저축은행, 유니온저축은행, 대한저축은행, 동양저축은행 등도 7월 중순 이후 2.40~2.45%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을 등록했다.
정기예금 금리인상은 저축은행업계가 오픈뱅킹 출시 이후 신규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상과 맞물렸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으로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저축은행업계는 4월 말 오픈뱅킹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후 금리를 올리면서 신규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집중적 금리인상은 이른바 '공모주 슈퍼위크'로 불리는 시기에 단기성 자금인 증거금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기업공개(IPO) 대어에는 수십조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려드는데 청약에 실패하면 2거래일 후 반환되기 때문이다.
25~26일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에는 58조 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8월2~3일 진행하는 크래프톤 청약에는 이보다 많은 자금이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약 이후 단기자금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려 시중자금을 모으려는 이유는 하반기 대출 증가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재확산 등 대출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1일부터 시중은행에 개인별 총부채원리상환비율(DSR)을 40%로 적용하는 대출규제가 이뤄지면서 저축은행으로 대출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저축은행은 총부채원리상환비율 60%를 적용받아 시중은행보다 개인별 대출한도에 여유가 있다.
빅테크업계와 중금리대출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 이은 제3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데다 렌딧·8퍼센트·피플펀드 등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허가를 받은 P2P기업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기존 중금리대출 강자인 저축은행으로서는 고객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이 미리 많은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이유다.
다만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상 추세가 계속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미 저축은행에 사상 최대규모 자금이 쌓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85조9344억 원으로 한 달 만에 2조 원 넘게 증가했다. 1년 전보다 수신잔액이 23.2%나 늘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2금융권도 대출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저축은행이 무리하게 수신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늘어나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철저히 관리하고 규제 차익에 따른 시장왜곡이 없도록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도 시중은행처럼 총부채원리상환비율 40% 규제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