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1-07-22 13: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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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모처럼 호황을 맞고 있지만 중소건설사들의 사업환경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말을 종합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과 규제완화 기대 등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형건설사와 달리 중소건설사들은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아파트 공사현장. <연합뉴스>
특히 건설자재의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건설사들이 대형건설사보다 자재 구매측면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2020년 11월에서 올해 1월까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철근부족으로 공사가 한때 중단된 현장이 62곳에 이른다.
대형건설사들이 제강사들과 분기별로 고시가격을 통해 철근을 조달하는 것과 다르게 중소건설사들은 유통사에서 철근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다.
대형건설사들은 계약할 때 원재료 가격 상승 여유분을 미리 반영하고 신규공사에서 상승한 가격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한다.
고시가격은 분기 초에 기준가격이 정해진다. 고시가격은 이전 분기 철스크랩(철근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결정되는 일종의 고정가격이기 때문에 유통가격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다.
고시가격은 4월과 6월, 7월 3번의 가격 인상으로 톤당 80만 원대 중반을 보이고 있다.
반면 4월 초 82만 원이었던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6월 초 톤당 135만 원을 돌파했고 이 뒤에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7월에도 톤당 100만 원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 톤당 69만 원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근 가격과 H형강 가격 인상으로 올해 각 건설사 영업이익률이 2% 가까이 낮아질 수 있다”며 “다만 대형건설사들은 주로 연초에 계약을 통해 이를 방어하고 있어 이에 따른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철근수요는 2021년을 시작으로 2022년에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보다 철근 공급부족을 더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형건설사는 중소건설사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규모에서 중소건설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철근을 수입하기도 쉽지 않다. 2017년 전 까지 중국 철근이 국내보다 낮은 가격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2021년 탄소중립을 위해 철강생산 축소를 발표하고 중국 내부 수급에 대응하기 위해 5월부터 수출 철강제품에 관한 증치세 환급을 취소했다.
수출 증치세는 해외로 철강제품을 수출할 때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로 당분간 이를 환급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철강재 생산량을 내수로 돌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수출세 부과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
중소건설사들은 주택경기가 호조를 보여 수익성이 높은 자체사업을 확대해 실적증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이 중소건설사의 텃밭인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도 뛰어들어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자회사를 통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GS건설은 자이S&D로, 대우건설은 대우에스티를 통해 중소규모 주택브랜드인 ‘자이르네’와 ‘푸르지오 발라드’를 각각 선보였다.
특히 서울을 놓고 보면 도급 순위 10권 밖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를 원하는 것도 한 몫한다.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의 브랜드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중소건설사들은 수주에서 애를 먹고 있다.
이미 대형건설사들은 프리미엄,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선보이며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했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엔 단지 한곳에만 적용하는 ‘특화브랜드’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이 재건축단지에 적용되는 브랜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집값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이 지연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집값이 더 오를만한 브랜드를 달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미뤄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공자 선정 입찰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들이 들어오지 않자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과반수가 불참하거나 기권·무효표를 행사해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대도연립의 소규모재건축조합은 4월2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금호건설과 반도건설, 한양이 수주에 공을 들였지만 두 차례 시공사 선정 투표를 진행했음에도 과반수 득표를 인정받지 못해 3개사 모두 시공사로 선정되지 못했다.
중소건설사들이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어 대형건설사와 중소형 건설사 사이 상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용적률에 관한 장려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시는 지역건설사가 정비사업에 참여하면 용적률을 최대 23%포인트 더 허용하고 있다. 6월23일 지역 건설업체의 주택건설 참여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추가 우대책 마련을 올해 말까지 내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파워를 인정하고 중소건설사들이 컨소시엄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 등 현실적 대안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가 직접 모든 건설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며 "중소건설사들은 각 지역 특징을 잘 알고 있고 일부 분야나 과정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