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는 커머스포털 전략 추진, 국내외 기업들과 적극적 제휴, 미디어커머스 도입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
16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11번가는 올해 2분기에도 1분기에 이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경쟁 때문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이커머스시장의 경쟁심화로 11번가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SK텔레콤 연결 자회사들의 이익 기여도도 2020년 같은 기간보다 약 250억 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이커머스시장은 매각과 인수합병 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판짜기가 벌어지고 있다.
1세대 이커머스기업으로 분류되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에 이어 인터파크도 매물로 나왔고 쿠팡과 네이버의 굳건한 양강체제에 오프라인 유통대기업 신세계그룹이 가세하면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번가는 이렇게 이커머스시장에서 벌어지는 격전에서 밀려나지 않고 SK텔레콤의 커머스사업부분을 이끌어가려면 확실한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물론 11번가도 믿는 구석이 없지는 않다. 글로벌 이커머스 1위 기업 아마존과 협업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하반기 아마존의 상품을 11번가 안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글로벌스토어’를 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회사 SK텔레콤과 아마존이 2020년 11월 커머스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뒤 오랫동안 준비해온 협업의 결과물이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협업 진행상황의 구체적 내용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 SK텔레콤이 준비하는 구독서비스에 11번가, 아마존과 연계하는 서비스가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아마존글로벌스토어도 비슷한 시기에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앞서 6월28일 정부 주최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마존글로벌스토어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SK텔레콤과 아마존의 강점을 조합한 강력한 무료배송서비스와 멤버십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의 아마존글로벌스토어는 글로벌 1위 아마존이 직접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여겨진다.
해외기업들의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해외직구시장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쿠팡, 네이버 등도 해외직구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보고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11번가는 아마존과 직접 손을 잡은 만큼 현재 해외직구 쇼핑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느린 배송, 반품, 결제 등의 문제에서 다른 국내 사업자들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해외직구 거래액은 2018년 2조9717억 원에서 2019년 3조6360억 원, 2020년 4조1094억 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해외직구시장 규모는 6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11번가는 아마존의 한국사업 파트너로서 급성장하는 해외직구시장에서 직접적 수혜를 누리면서 또 아마존글로벌스토어로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한국 판매자들의 유치에도 큰 이점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1번가가 아마존글로벌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키우기 위해서는 배송부분의 경쟁력을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11번가를 한국 소비자들이 아마존의 상품들을 손쉽게 구입하고 반대로 해외 소비자들도 한국 상품들을 ‘역직구’하는 공간으로 키우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인프라와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1번가는 현재 경기 파주물류센터 한 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초 2020년 11월 발표한 아마존과 협업이 늦어진 것도 11번가의 배송부분 문제가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로켓배송’으로 한국 이커머스시장 강자가 된 쿠팡은 전국에 물류센터 170여 곳을 두고 있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은 자회사 SSG닷컴이 물류센터 3곳, 이베이코리아가 2곳을 운영하고 있다. 계열사 이마트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물류망도 110곳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11번가의 아마존글로벌스토어가 사업을 본격화하면 해외직구시장도 배송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SK텔레콤이 아마존과 커머스 협력에서 무료배송을 앞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시장상황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인다.
11번가도 올해 들어 다양한 국내 사업자와 제휴, 지분투자 등을 통해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1월 SSG닷컴 새벽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3월에는 GS프레시몰과 제휴해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4월에는 우정사업본부와 협약을 맺고 오늘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잇는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우체국택배는 전국 읍, 면 단위까지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SLX택배와 손잡고 당일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11번가는 이 밖에도 올해 초 근거리 물류 플랫폼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바로고에 250억 원을 투자해 지분 7.2%를 확보했다. 바로고는 오토바이, 자전거 등 이륜차를 통한 배달대행사업을 하는 회사다.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은 앞서 올해 1분기 실적발표 뒤 “2021년은 11번가가 그동안 고객들을 위해 준비해온 것들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이다”며 “라이브커머스의 본격적 도입과 선물하기 서비스 확대, 경쟁력 있는 사업자와 협력을 통한 더욱 빠른 배송서비스로 11번가만의 독보적 쇼핑경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