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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쌓아둔 돈이 지난해 590조 원에 달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현금 보유를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기업들이 지난해 현금이나 예금 등의 형태로 보유한 돈이 70조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기 전망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 보유를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늘어나는 수익과 비교해 투자나 배당, 임금의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의 ‘통화 및 유동성’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기업들의 광의통화(M2) 보유액은 590조7468억 원에 이른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수익증권 등을 포괄하는 대표적인 유동성 지표다.
기업들이 보유한 M2는 2014년 말보다 70조 원가량(13.4%) 늘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증가폭이다. 증가율로는 2009년(16.4%) 이후 최고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M2는 2014년 말 1126조4천억 원에서 작년 말 1199조6천억 원으로 73조 원(6.5%) 가까이 늘었다.
기업의 M2증가율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M2증가율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수익에 맞춰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0년 이후를 비교해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M2가 25.4% 증가할 동안 기업은 46.3%나 늘어났다.
그동안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면서 투자에 소극적이란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1835개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연간투자 규모는 2008년 112조4천억 원에서 2014년 112조2천억 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이 기간에 사내유보금은 326조 원에서 845조 원으로 519조 원(158.6%) 이나 증가했다.
기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고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저성장•저물가 기조로 경제가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은 수익으로 재투자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예금 등으로 묶여 있는 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부 기업들은 위험 관리를 위해 현금 보유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며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전망 악화로 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자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투자로 이어지는 효과는 약하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보다는 총수요 진작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말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돈이 넘친다는 말도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거나 초과이익공유제를 통해 협력업체를 지원해야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