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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경기도지사 |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국무총리로 발탁하는 승부수를 띄울까?
4일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정부의 개각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김문수 경기지사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여권 안에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데다 총리후보로 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지사는 이번에 경기지사에서 물러나면서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박 대통령은 2일 국무총리 후보자와 관련해 “국가개혁의 적임자로 국민들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신임총리 후보자의 기준으로 ‘국가개혁’과 ‘국민의 눈높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국가개혁의 적임자를 찾는다는 점에서 강한 총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어수선한 정국에서 정무적 감각과 추진력을 갖춘 정치인 출신 총리가 필요하다는 최근의 여론과 흐름을 같이 한다. 특히 새누리당 내부에서 그동안 관료형 총리, 법조인 총리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얽힌 정국을 정리할 경험 많은 정치인 출신 총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인 출신은 이미 대중의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청문회를 통과하기 쉽다는 점도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또 다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사유가 있는 총리 후보자가 나온다면 박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주목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다. 김 지사는 3선의 국회의원 출신인 데다가 2번의 도지사 경험으로 정치력과 행정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지사의 개혁적 이미지는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 자격으로 제시한 ‘국가개혁’과 ‘국민의 눈높이’에도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
하지만 김 지사가 여권의 강력한 대선주자인 점은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다. 김 지사가 총리를 수행하면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경우 박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김문수는 왜 총리 후보자로 거명되는가
김 지사는 박 대통령과 완전히 상반되는 삶을 살아왔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박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를 두고 비주류 노선을 걸어왔다. 이 때문에 김 지사의 개혁적 이미지는 박 대통령의 보수적 이미지를 보완해 줄 수 있다.
김 지사는 새누리당 내에서 보기 드문 ‘운동권’ 출신이다. 새누리당에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김 지사만큼 했던 사람은 이재오 의원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김 지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미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무기정학을 받았고 대학에서도 1971년 부정부패 척결 전국학생시위와 관련해 제적당했다. 이후 1995년까지 농민운동과 노동운동에 몸담았다. 이 기간 동안 노동인권회관 소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김 지사는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에도 노동 분야와 환경, 아동보육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쏟았다. 부정부패 척결과 북한 인권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 역풍 속에서 한나라당 개혁공천을 추진해 당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지사는 행정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김 지사는 경기도지사를 연임했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는 경기도를 8년이나 이끌어 온 경험은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인사들이 갖지 못한 강점이다. 김 지사는 재임기간 동안 일자리 창출, 외자유치, 삼성전자 유치 등 많은 성과를 남겼다.
도지사 재임시절 조직 통폐합, 민영화, 인원감축 등을 밀어붙이고 2012년 고발을 당하면서까지 신청사 이전의 효율성을 재검토했던 추진력도 지금의 총리 후보에게 필요한 자질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상대적으로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 선출직인 도지사는 이미 상당부분 검증받았다. 김 지사의 재산은 2014년 총 4억5177만 원이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빚만 8억 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다. 청렴결백한 생활은 널리 알려져 도덕적으로도 별다른 흠결이 없다는 얘기가 많다.
박근혜 정부는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낙마하는 사태를 겪었다. 청문회 무사통과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김 지사는 대표적인 비박인사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딛고 지방선거를 통해 기사회생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친박 인물을 총리에 임명한다면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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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
◆ 그러나 김문수가 부담스러운 까닭
박 대통령은 그동안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을 총리로 발탁해왔다. 법조인 출신인 정홍원 총리가 대표적이다. 총리 재직기간 내내 존재감이 없던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사태를 계기로 사표를 제출하며 그나마 이름을 알리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조용한 총리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회창 전 총리는 1993년 당시 '대쪽'이라 불릴 만큼 곧은 이미지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지 불과 127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대통령이 이 전 총리를 발탁했던 당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국정운영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개방을 막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깨고 쌀개방을 하기로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80%를 넘었으나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그 때 꺼내든 카드가 바로 '이회창 카드'였다. 대법관을 거쳐 감사원장을 지내면서 대쪽 이미지로 국민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이 전 총리를 ‘깜짝 발탁’해 국면 전환을 노렸다.
이 전 총리는 온 국민의 기대를 안고 총리에 취임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에게 총리의 안보회의 참석을 요구하고 행정부 안에서 실세였던 최형우 전 장관을 공식석상에서 나무라는 등 과감한 행동을 보였다.
이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이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도 자신을 부담스럽게 여기자 취임 4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나와 버렸다.
이후 둘의 운명은 갈렸다. 정권 막바지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이 전 총리는 대쪽 이미지를 굳히며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름도 함께 얻었다. 이 때 얻은 이미지는 이후 이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출마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김 지사는 이 전 총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김 지사는 2017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이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런 모습이 대선가도를 가는 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박 대통령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무능하다는 느낌을 국민에게 줄 수도 있다. 총리가 대중적 인기를 얻는 만큼 대통령은 인기를 잃는 꼴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이 원하는 총리를 뽑겠다고 말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모든 시선이 박 대통령이 내놓을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몰려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김 지사를 발탁할 경우 그동안 의심을 받아왔던 인사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게다가 포용력이 있다는 느낌도 줄 수 있다.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 지사는 연일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으로서 얻는 것이 많은 만큼 잃을 것도 많은 카드가 김문수다.
김 지사는 경기도지사를 그만둔 뒤 7월30일 예정된 재보궐선거 출마를 준비중이다. 국회에 진입해 정치무대에 다시 서겠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대선주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