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당선자(왼쪽)와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당선자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와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당선됐다. 여권에서 대권을 노리는 젊은피들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사람은 여당 내부에서 차세대 리더로서 꼽혀왔다. 하지만 비주류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중진 차출론’이 나오면서 나란히 차출됐다. 그리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두 사람은 이제 잠재력 있는 정치인에서 ‘행정경험’도 갖출 수 있게 됐다. 또 여권 내부에서 대권을 향해 갈 수 있는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됐다.
남 후보와 원 후보는 정병국 의원과 함께 오래 전부터 새누리당의 ‘쇄신파’ ‘남원정’으로 불렸다. 애초 남 후보는 당권 도전을, 원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정병국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 중진차출론이 제기되면서 남 후보에게 경기지사 출마를, 원 후보에게 제주지사 출마를 각각 종용했다. 두 사람은 결국 중진차출론을 받아들였다.
세 사람은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에서 만나 맥주를 마시며 “과거 남원정이 개혁을 주도하던 정신을 잊지 말고 끝까지 아름답게 경선하자”며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진짜 새로운 개혁으로 나아가자”고 의기투합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 후보는 5일 개표결과 50.4%를 득표해 49.6%를 얻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1%포인트도 안되는 표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남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보다 2%p가 뒤졌고 개표 내내 초박빙 승부를 벌이다 마침내 두 번이나 부총리를 지낸 거물 김 후보를 이겼다.
남 후보는 "승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야당과 함께 통합의 도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60%를 득표해 34.5%를 획득한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원 후보는 2012년 총선 불출마 이후 계속된 공백기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원 후보는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 "제주 공직사회는 긴급 수술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심부름꾼 투어 시즌2에 돌입하겠다"며 "마을 탐방을 하며 현안 관련 전문가와 정책 연구팀이 동행해 대안을 같이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 남경필 보수를 이끌 개혁파 리더 되나
남 후보는 ‘수원 토박이’다. 이번에 경기지사에 당선되면 경기도 출신으로 최초로 민선 도지사에 오르는 인물이 된다. 남 후보는 선거유세에서 ‘혁신도지사’라는 별칭을 쓰며 보수진영이면서도 젊고 개혁적 이미지를 내세웠다.
|
|
|
▲ 남경필 후보. |
남 후보는 49세 젊은 나이에 말끔한 외모로 젊은층 표심을 불렀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남 후보는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20~30대 지지율이 높았다.
남 후보는 연령층에 따라 각각 다른 전략으로 유세를 했다.
2030층에게 당내 소장파 출신의 개혁적 이미지를 심었다. 반면 40~50세대에게 ‘안전’을 내세워 세월호 참사로 정부에 비판적인 중년층을 껴안았다. 60~70세대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남 후보는 선거 유세기간에 박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여당 지지자들의 표를 모았다. 남 후보는 마지막 유세에서 "총탄에 아버지 어머니를 잃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픈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세월호 참사로 앞으로 3년 안에 대한민국 정치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남 후보는 선거기간에 버스 준공영제 공약과 제주도 땅투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남 후보는 ‘버스준공제’ 공약을 내세웠다. 버스준공영제란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일괄적으로 모은 뒤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뜻한다.
김진표 후보는 이에 대해 “남 후보의 버스준공영제가 실시된다면 남 후보 가업인 경남여객에 연간 1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 붓게 된다”고 비난했다.
남 후보는 3대째 가업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연고를 둔 버스사업을 하고 있다. 남 후보의 조부 남상학 사장은 ‘경남여객’ 창업주다. 경남여객은 경상남도가 아닌 ‘경기도의 남씨 집안’을 의미하는 말이다. 남 후보의 부친인 남평우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회장을 맡아 경영한 데 이어 지금은 남 후보의 동생이 경남여객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남 후보는 또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을 놓고도 김 후보와 뜨거운 공방을 치렀다. 남 후보는 대학생과 국회의원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제주도 땅을 담보로 17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다. 김 후보 측은 남 후보가 기부체납을 하겠다는 땅을 담보로 했다고 공격했고 남 후보 측은 “기부체납과 근저당권 설정은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며 “국가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 후보는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미국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남 후보는 1998년 남평우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작고한 뒤 지역구를 이어받아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33세 나이로 출구조사 예상을 뒤엎고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남 후보는 그뒤 5선에 성공했다.
◆ 고향으로 돌아온 천재 원희룡은 잠룡되나
원 후보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총재이자 후보의 눈 밖에 났다. 이 총재에 맞서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중도개혁 성향 때문에 기존 여당 노선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
|
|
▲ 원희룡 후보 |
그러나 그 마찰이 원 후보를 새누리당 소장파의 상징적 존재로 만들어 줬다. 그는 소장파 정치인들의 모임인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런 원 후보의 ‘여당 속 야당’의 모습이 보수 지지층을 더욱 굳건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 후보는 대권의지를 굳게 마음에 품고 있다. 그는 제주지사 출마 선언 당시 “제주지사는 정치생활을 마감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질적 도약을 위해 더 나아갈 수 있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제주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했다.
여당 관계자들은 “원 후보는 제주지사를 발판 삼아 새누리당의 허리로서 50대 대망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원 후보는 학력고사와 사법고시 모두 수석으로 합격해 “제주가 낳은 천재”라는 말을 듣는다. 원 후보는 제주 서귀포 출생이다. 제주제일고에서 학력고사 전국 수석으로 서울대 법과대학을 수석입학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고 노동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원 후보는 1989년 뒤늦게 법대를 졸업한 뒤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 수원 부산지검 등에서 4년 동안 검사로 재직하다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0년 제 16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뒤 제17~18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3선에 성공했다.
원 후보는 2004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3위로 탈락하기도 했다.
원 후보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해 세배를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원 후보는 "과거의 상처가 아직 너무나 생생하고 이를 받아들일 여건이 안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