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흐름은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 사이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공사가 에너지 전환을 계기로 발전영역에도 영향력을 높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발전자회사 사장은 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까?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사이의 관계와 에너지 전환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움직임 등 발전영역에서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이상호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5곳은 4월에 일제히 새 사장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새 사장 5명은 모두 취임 일성에서 같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바로 에너지 전환인데요.
이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발전자회사와 한국전력 사이 신경전을 놓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상호 기자(이하 이) : 안녕하십니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입니다.
곽 : 한국전력은 2001년 전력산업 개편 이후 발전영역은 자회사에 넘기고 현재 송변전, 배전 등만 맡고 있습니다.
수력과 원자력발전을 맡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하고 서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등 5곳을 주로 발전자회사로 부릅니다.
5곳 발전자회사의 사장은 4월에 일제히 교체가 됐죠. 새 사장 5명의 면면을 먼저 짚어 보겠습니다.
이 : 일단 새 사장의 출신을 보면 박형덕 서부발전 사장, 김회천 남동발전 사장은 한국전력 부사장 출신입니다.
이승우 남부발전 사장은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관료 출신이죠.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은 검사출신에 관세청장까지 했지만 민주당 울산울주군 지역위원장으로 21대 총선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만큼 정치인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호민 중부발전 사장은 중부발전 부사장에서 내부승진한 사례입니다.
곽 : 정리하면 5명 중에 한전 출신 2명, 관료 출신 1명, 정치인 1명, 내부 승진 1명이네요.
출신별로 비교적 골고루 분배가 됐다 볼 수 있겠습니다.
관료출신인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까지 고려해도 마찬가지고요.
이 : 주목할 만한 점은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출신이 다른 사장 5명이 모두 취임사에서 주요 경영목표로 ‘에너지 전환’이라는 같은 내용을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보면 이승우 남부발전 사장은 “탄소중립 선언의 성공적 이행과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일류 발전공기업을 만들겠다”, 김회천 남동발전 사장은 “탈석탄, 저탄소를 중심으로 한 발전업계 도전과제에 발빠르게 대처하자”고 발언했습니다.
김호빈 중부발전 사장은 ‘친환경성에 기반한 혁신과 기술자립으로 에너지 리더 브랜드 창출’, 박형덕 서부발전 사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액화천연가스·신재생 중심 사업구조 전환’,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은 ‘안전과 환경,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화된 상황 대응’ 등을 각각 주요 경영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곽 : 신재생에너지, 탈석탄 같은 화두는 발전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제는 친숙할 만큼 거대한 흐름이죠.
그만큼 거스를 수도 없는 흐름일 텐데 발전자회사들의 탈석탄화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나요.
이 : 사실 신임 사장들이 취임사에서 힘줘 말했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많은 진척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할 겁니다.
아직 국내 주요 발전사들은 석탄화력발전에 대부분의 발전량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3월에 탄소세 부과가 시작되면 국내기업들이 지게 될 부담을 시나리오별로 추정을 해 봤는데요.
탄소배출량 등을 2019년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해 봤을 때 5곳 발전사는 국내기업 가운데 포스코에 이어 탄소세 부담규모 2~6위를 차지했습니다.
추정된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적은 부담인 톤당 10달러의 탄소세가 부과된다고 가정해도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 부담규모는 남동발전은 512.8%, 동서발전은 380.8% 남부발전은 289.7%, 서부발전은 557.0%, 중부발전은 454.4% 등입니다.
적게는 영업이익의 3배 가까이, 많게는 영업이익의 5배가 넘게 탄소세를 부담한다는 겁니다.
당연히 톤당 탄소세가 10달러 이상으로 결정된다면 부담규모는 그만큼 커지고요.
곽 : 사실 국가적으로 에너지발전의 체계를 바꾼다는 것이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할 텐데 아직 그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발전자회사들의 실적이나 재정도 그렇게 양호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고요.
이 : 네. 맞습니다.
지난해 발전자회사 5곳의 순손실 규모는 모두 2949억 원입니다.
올해는 국제유가 상승 등 요인으로 5곳 발전자회사의 순손실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곽 : 적자경영으로 재정적 여유가 없는 상황인 발전사들이 탈석탄까지 해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일일 겁니다.
이 : 그래서 발전자회사들이 ‘전력시장 개편 및 수익성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TF’를 꾸리는 등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곽 : 탈석탄으로의 에너지 전환에서 발전자회사에 가장 위협적 존재는 사실 모회사인 한국전력이라고 합니다.
조금 의아한데요. 간단하게 짚어 주시죠.
이 :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사이 관계가 일반적 모자회사 관계와 조금 달라서 그런데요.
한국전력은 발전자회사 5곳 모두에서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발전자회사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1년에 발전영역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전력산업 개편이 이뤄진 직후에는 한국전력에서 임원급 인사가 발전자회사에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에 발전자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이 되면서 직접적 통제는 정부로 넘어가게 됩니다.
현재는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사이 관계를 놓고 행정규칙인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 사이 업무협력 지침’ 제4조에는 “한국전력은 발전자회사에 대하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상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기업회계기준 및 기타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비상임이사 참여 등 주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발전자회사의 경영 자율권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지속적으로 발전자회사를 향해 재통합 혹은 발전사 재정립 등을 주장해 오기는 합니다.
곽 :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의 분리는 하나의 기업이 전력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독점해 비대화 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근데 이런 취지로 정립된 현재 전력산업구조가 에너지 전환을 맞아 흔들리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이 : 한국전력은 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내세우면서 발전영역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등 기존 화력 등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원의 건설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당연히 송배전망 건설, 계통연계 등도 따라 붙습니다.
전력수요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공급비중도 정해져 있는 신재생에너지에서 한국전력의 발전량이 늘어나는 상황은 발전자회사가 보기에는 그만큼 파이를 빼앗기는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곽 : 송배전망 건설은 한국전력의 고유업무죠.
게다가 에너지 전환에는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만큼 덩치가 큰 한국전력이 확실히 유리한 면이 있어요.
다른 측면에서 봐도 태양광발전 같은 경우는 요즘 가정집마다 소규모로 설치되기도 하는데 이런 흐름 역시 송배전 등을 담당한 한국전력이 더 유리해 보이기도 하네요.
이 : 국회에서 한국전력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도 한국전력에 유리해 보입니다.
곽 : 어떤 법안인가요?
이 : 송갑석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 인데요. 시장형 공기업에 한해 2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서 시장형 공기업에는 한국전력이 포함되고 허용되는 전기사업에는 태양광, 풍력 등이 포합됩니다.
곽 :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전력이 직접 재생에너지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거군요.
한국전력은 지금까지 직접 발전사업을 할 수 없기에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사업을 해 왔죠.
이 :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명분 역시 에너지 전환입니다.
송갑석 의원은 법안의 제안이유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해상 풍력발전단지 개발 등 체계적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며 “시장형 공기업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대규모의 신재생 발전사업의 인프라를 조성해 민간기업이 동참하는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곽 : 결국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서는 덩치가 큰 한국전력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네요.
정승일 사장이 바로 산업부 차관에서 한국전력으로 넘어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움직임도 한국전력에 우호적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이 : 한국전력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분위기는 정부와 국회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승욱 산업부장관은 5월에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정호 민주당 의원이 기존 발전공기업 일부를 통합하는 등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탄소중립 추진 등 현재의 환경 변화에 맞는 전력산업구조를 다시 고민해 보겠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곽 : CEO톡톡에서는 국내 에너지시장의 움직임을 한번 살펴 봤습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흐름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이 되는데요.
정승일 사장과 발전자회사 사장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앞으로 주목해 봐야 겠습니다.
CEO톡톡은 여기까지입니다.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