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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왜 삼성전자 등기이사 맡지 않을까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02-15 18: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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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은 왜 삼성전자 등기이사 맡지 않을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그룹이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선도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이번에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책임경영'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1년에 최대 4번까지 배당 가능

1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월1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 1회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한 기존 정관을 분기 말에 배당이 가능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사업연도 기준으로 1년에 최대 4번까지 배당이 가능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또 외부인사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겸하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 중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런 정관이 삼성전자 주총에서 통과되면 삼성전자 9명의 이사 가운데 누구나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선임 대표이사로 의장을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DS부문 대표이사),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 신종균 IM부문 대표이사,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는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원장 등이다.

이 가운데 이인호 전 사장과 송광수 전 총장은 3월 주총에서 재선임되고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기가 끝나는 김은미 원장 대신 신규로 선임된다.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의장직을 수행할 경우 굳이 정관까지 바꿀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사외이사가 새로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 출신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은 말 그대로 이사회 운영을 책임지며 이사회 소집권한 등을 행사한다.

다만 사업계획 추진이나 인수합병(M&A) 등 일반적 경영현안은 이사회 내에 사내이사(경영진)로 구성된 경영위원에서 맡는다.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독립성을 유지하며 경영진을 견제하는 셈이다.

국내 총수들이 소수의 개인 지분으로 순환출자 구조로 그룹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실질적 권한이 없는 이사회 의장이 바뀐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관행적으로 맡아왔던 것을 바꾼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질적인 오너를 견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이재용 등기이사는 맡지 않아

올해 주총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이사회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권한은 황제처럼 누리면서 의무에는 자유롭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용은 왜 삼성전자 등기이사 맡지 않을까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기이사가 되면 경영상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까지 공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등기이사 등재를 꺼리는 오너 일가가 많다고 재계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록과 관련해 “일단 올해는 계획이 없고 내년에도 어떻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너 일가와 같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면서 등기이사 미등록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질적 책임은 회피하면서 과도한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등기이사 미등록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며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더 나아가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5대 그룹 총수 일가 가운데 등기이사에 등록된 이는 매우 드물다.

삼성그룹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게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LG그룹에선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롯데그룹에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이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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