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물류사업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일 항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항공화물 운송사업의 가능성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항공화물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최근 수출입기업들이 해운업계 가용선박 부족에 따라 제품 수출과 원료 수입에 항공화물운송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도 코로나19로 여객수요가 줄면서 항공화물 운송사업을 새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스타항공을 인수로 자회사 팬오션과 이스타항공의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팬오션은 벌크선사로 장거리 화물운송에 최적화해 있는데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노선을 활용한 중단거리 화물운송도 가능해질 것으로 물류업계는 바라본다.
김홍국 회장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며 물류사업에 발을 들일 때만 해도 식품사업과 시너지를 더욱 중요하게 따졌는데 차츰 물류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물류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20년 7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IMF 같은 위기에 항상 기회가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때도 물류산업은 더 커졌으며 이런 분야에서는 오히려 많은 변화와 새로운 강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팬오션은 그동안 석탄, 철광석, 곡물 등 드라이 벌크사업에 집중해왔는데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투자은행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의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에 물음표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하림그룹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닌 탓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뒤 임직원 임금과 세금 등 미지급금,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 등에 최소 1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투자은행업계는 바라본다.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당장은 큰 부담을 안겠지만 물류사업 영역 확장과 기존 식품사업과 시너지 등을 따져볼 때 김 회장은 인수전을 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하림그룹의 덩치를 키워온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에도 ‘송아지를 사서 키우려면 3년이 걸리지만 마른 소를 치유해 3~4개월을 키우면 좋은 소가 된다’는 지론을 강조한다.
김 회장은 1일 한 언론과 전화인터뷰에서 “기존에는 팬오션을 통해 해상화물사업만 했지만 항공화물사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팬오션으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항공화물쪽으로 진출하고 점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맨손에서 양계사업을 시작해 하림을 축산업 분야 최초로 자산 10조 원 규모의 대기업집단으로 키웠다.
하림그룹은 5월31일 자회사 팬오션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하림그룹은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참가한 유일한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경영적 어려움에 비춰볼 때 인수자의 자금능력 등을 가장 우선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데 6월1일부터 7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6월14일 본입찰에 들어간다. 스토킹호스는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별도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당장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는지조차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