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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검사외전' 스틸 이미지. |
지난해 가장 장사를 잘 한 영화배급사는 어디였을까?
관객 점유율만 놓고 보면 단연 CJE&M이었다. CJE&M은 전국 단위 배급사별 점유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래 8년째 관객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질문을 달리 해보자. 지난해 가장 짭짤한 수익을 남긴 곳은 어디였을까?
관객 점유율 기준으로 4계단을 뛰어오른 쇼박스가 가장 실속 있는 장사를 했다. 편당 관객수가 336만 명으로 CJE&M의 190만 명을 크게 따돌렸다.
쇼박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420억 원, 영업이익 147억 원을 내 2012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쇼박스는 올해 들어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투자와 배급을 맡은 ‘검사외전’이 파죽지세로 흥행하고 있다. 검사외전은 설 연휴에 530만여 명 이상을 동원해 개봉 8일 만에 637만 관객을 돌파했다.
쇼박스는 지난해 연말 ‘내부자들’에 이어 2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다.
하지만 검사외전의 흥행몰이를 두고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영화계에 해묵은 주제인 독과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외전은 3일 1268개 상영관을 차지하더니 1주일 뒤인 10일 1778개까지 스크린 수를 확대했다. 9일에는 전국 스크린 수의 70%가 검사외전을 내걸었다.
검사외전은 지난해 ‘국제시장’‘베테랑’으로 1천만 배우 타이틀을 2개나 거머쥔 황정민씨와 ‘검은 사제들’로 ‘장르가 곧 강동원’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강동원씨를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다. 출연진만 놓고 보면 대박 흥행에 의문을 다는 이는 없다.
하지만 영화 관람객들의 반응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개연성 없는 전개와 식상한 에피소드의 반복으로 한마디로 ‘배우가 아깝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검사외전은 관객의 혹평 속에도 올해 첫 1천만 관객 돌파가 점쳐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하나다. 볼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2월은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징검다리 이틀을 쉬고 다시 주말이 이어진다. 극장 나들이가 많은 밸런타인데이도 있다.
대형배급사들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찾아오는 관객의 발길이 있으니 상영 못할 이유도 딱히 없다.
하지만 이런 기현상의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해 극장가 구조적 왜곡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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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훈 쇼박스 대표. |
흥행보증수표인 배우, 그것도 ‘남남’ 투톱으로 전진배치하고 대형 배급사가 투자와 배급을 맡는다.
개봉일이 잡히면 출격 예정이었던 작품들이 알아서 몸을 낮추고 개봉일을 미룬다.
영화 관람에 나선 관객들은 입맛대로 고를 자유가 제한적이니 시간대에 맞춰 적당히 타협해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12일 영화통합전산망을 보면 다양성영화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있는 영화는 케이트 윈슬렛 주연 ‘드레스메이커’다. 2월11일 개봉일 첫날 기준으로 스크린 수는 170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CJCGV 체인 영화관이 대부분이고 메가박스나 롯데시네마 등 다른 대기업 계열사 영화관의 경우 스크린 수는 0이다.
쇼박스가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도마위에 오른 이유는 또 있다. 쇼박스는 검사외전에 앞서 '내부자들'이 흥행에 성공하자 '내부자들 감독판'을 극장에 개봉했다.
이 과정에서 쇼박스는 극장 측에 관례를 깨고 수익의 10분의 9를 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콘텐츠 떨이에 나섰으니 극장 입장에서 영화를 걸지 않을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쇼박스는 결과적으로 이런 노련한 전략 덕분에 지난해에 이어 올초까지 국내 빅3 배급사 경쟁에서 CJE&M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영화평론가 이현경씨는 “검사외전의 흥행은 한국극장가의 몰아주기식 구조가 낳은 고질적 병폐”라며 “올해도 대박 아니면 쪽박을 차는 양극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