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리츠증권이 SK이노베이션의 5조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자산담보 대출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됐다.
이번 거래(딜)가 기존 ‘정통 메리츠 식’이 아니란 점이 눈에 띈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각자대표이사 부사장과
정영채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은 이번 우협 선정으로 기업금융(IB) 부문 다각화 성과를 거두게 됐다.
16일 취재를 종합해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5조 원 규모 LNG 자산 유동화 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증권을 선정했다.
이번 자산 유동화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의 LNG 자산인 광양·여주·하남·위례의 민간 발전소 4곳을 바탕으로 현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메리츠증권 측에서는
정영채 메리츠증권 기업금융(IB) 담당 상임고문이 직접 거래 성사를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1월
정영채 전 NH투자증권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IB부문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정영채 고문은 기존 IB 부문 각자대표를 맡고 있던 김종민 부사장과 함께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전에 실시된 예비입찰에는 메리츠증권 밖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경쟁자들보다 비교적 늦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낮은 금리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KKR과 브룩필드는 연 8%대 금리를 제시한 반면, 메리츠증권은 연 6%대의 파격적 금리를 제시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구조는 메리츠증권이 여주·하남·위례 등 SK이노베이션 발전 자회사들을 전환우선주(CPS) 방식으로 2~3조 원 규모로 유동화하고, 나머지 금액은 SK온에 주가수익스왑(PRS) 방법으로 제공하게 된다.
경쟁자였던 사모펀드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을 내세웠다. RCPS는 복합금융상품이라 부채와 자본으로 나눠서 인식돼, SK이노베이션입장에서는 부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을 선택한데서 SK이노베이션의 상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SK그룹의 이번 유동화를 사실상 ‘매각’이 아닐까 바라봤었다”며 “금리가 낮은 메리츠증권을 우협으로 택한 것은 상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 정영채 메리츠증권 기업금융(IB) 담당 상임고문. |
주목할 점은 이번 딜이 전통적 메리츠 방식과 차별성을 갖췄단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IB부문에서 주로 고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 구조조정 등 자체조달·차입 위주 고수익 대출을 주력 사업으로 진행해왔다.
반면 이번 SK이노베이션 딜은 자체 재원보다는 새마을금고 등 외부 투자기관의 대규모 시장 자금조달 방식을 택했고, SK이노베이션의 지급보증에 의존하는 사실상 신용물이다.
때문에 김종민 부사장과
정영채 고문이 기존의 ‘메리츠 식 IB’를 탈피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고문이 이번 딜을 앞두고 직접 금융기관들을 만나며 거래 성사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재용 기자